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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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2. 12. 20. 20:30
층간소음에 대한 생각.. 잡념과 생각

언젠가 층간소음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나의 생각을 아파트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다. 그 뒤로 몇가지 이유가 있어 삭제했지만 층간소음, 간접흡연 등 공동 주택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아파트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아마 예전에도 이런 문제는 있었겠지만 아파트 공동체가 모두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앱이나 홈페이지가 개발되면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층간소음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이사를 들어왔고 입주 기간 중에서 빨리 입주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공용 공간이 어수선했던 것 빼고는 초반에는 정말 조용한 시간을 보냈었다. 문제는 약 한달 뒤부터 시작됐다.

 

 

층간소음 가해자였던 나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받아보니 아파트 생활지원센터 직원이라며 층간소음 문제로 연락했다고 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내게 혹시 안마의자가 있거나 아이가 있는지 물어봐왔고, 안마의자도 아이도 있다고 하니 주변 세대에서 소음 문제로 문의가 있었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리고 재택 근무 중이라 더 그런지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방 안에만 있어서 일단 잘 모르겠는데 저도 주의하겠다고 하고 거실로 나와보니 둘째가 걷는 동안 발뒷꿈치 소리가 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재택근무 중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얼마나 뛰었다고 그러나 싶었다. 다음 날엔 경비팀 직원이 세대 방문하여 혹시 물건 끄는데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 같은걸 타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차 싶어 뒤를 보니 거실에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있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기간에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오며 아이가 갈만한 기관이 없다보니 잠깐 방심한 틈에 아이들이 소음을 내고 있었다. 죄송하다고 했고 주의하겠다고 하고 고민이 시작됐다.

 

우리 집에 아이가 있으니 많은 양해 바란다며 작은 선물 같은걸 문고리에 걸어놓을까 싶기도 했고 기관 다니면 괜찮아질테니 그냥 아이들 주의만 시킬까 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금새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뛰지말라며 소리치는 내 자신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다고 아래층의 잘못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선물도 일시적일 것이고 분명 아이들은 소음을 낼 수 밖에 없을텐데 본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바로 층간소음 방지 매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매트를 사서 구매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고 우리 집에 있던 두꺼운 매트를 깔아보았지만 첫째 어릴 때 바닥에 다칠까봐 푹신한 재질로 한 거라서 아이들이 매트가 없는 곳에서 놀다가 매트에서 놀다가 반복했다. 편의에 따라 사용하는 모습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시공하는 쪽으로 결정했고 매트 시공을 예약했다. 새로 입주하는 곳들도 많았지만 이런 문제가 코로나 이후 많이 불거지면서 매트 시공 예약을 해도 한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마침 생활지원센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다른 문제로 전화가 온 것이었는데 겸사겸사 아래층 이웃분도 아셨으면 해서 이야기 전해달라며 말했다.

 

"그 뒤로 집에 있던 두꺼운 매트 세장을 일단 깔아두었다. 근데 이걸로는 해결되지 않은듯 해서 거실을 포함해 아이들이 다니는 공간 대부분에 매트를 시공하기로 했다. 근데 이게 한 달 이상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 전까지 아이들 주의도 시킬 거고 안마의자는 사용하지 않을 건데 혹시라도 불편하시고 시끄러우시면 언제든 편히 연락달라고 해주시겠어요?"

 

"그럼요~ 너무 감사해요"

 

담당자분은 말을 전달한 뒤에 내게 다시 전화하여 피드백이었다면서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했다며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전화를 마쳤다. 아무리 시공을 했어도 가끔 아이들이 뛰면 매트가 울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주의하라고 하곤 있지만 이전에는 아이가 걷기만 해도 주의를 주었었으니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분명 아래층에 여전히 피해가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조심하고 있다. 

 

층간소음 피해자가 된 나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아래층에서는 더이상 연락이나 클레임은 없었다. 그렇다고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으면 안됐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는 듯 나무 갈라지는 소리와 난타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10분 이상 소리가 지속되고 첫째와 둘째가 모두 잠에서 깨버렸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 넘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경비실에 전화하니 아이가 뛰었다며 죄송하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곤 곧 조용해졌는데 무척 당황스럽고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소리가 컸을까 반성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8시에서 9시 사이부터 천장에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소음은 10시까지 지속됐는데 더이상 참을 수 없어 경비실에 전화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무슨 사고라도 난 것 같아서 위층에 올라가보니 이사 중이었다. 이사 짐을 나르던 분 중 한분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아래층이세요? 라고 바로 물어왔다. 그래서 그렇다고 하니 이사가 늦어졌다며 마저 한다며 마저 짐을 옮겼다. 아무도 받지 않는 인터폰이 계속 울렸고 엘레베이터로 올라온 보안팀 직원과 마주치고 나는 다시 우리 층으로 내려왔다. 보안팀에서 다시 인터폰이 와서는 위층이 이사 중이라고 했는데 지금 이 시간에 이사를 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건 알겠는데 이건 미리 알려줄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이사는 11시가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다음 날 동이 트자 나의 지옥은 시작되었다. 청소기 소리와 아이 뛰는 소리, 서랍 여닫는 소리부터 문 닫는 소리까지 모든 생활소음이 우리집으로 그대로 전달되었다. 재택 근무 중인 나는 회의를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울 만큼의 생활소음을 경험했고 헤드폰을 일하는 시간 내내 벗지 않고 버텨보았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아 고객센터용 헤드셋을 구매했다. 나의 귀는 둘째치고 동료들이 헤드폰 너머로 시끄러워할 정도였다. 밤 10시가 넘도록 반복되는 발망치 소리와 아이 뛰는 소리에 참을 수 없어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다음 날 오후에 위층이라며 아줌마가 찾아왔다. 

 

"죄송해요~ 미리 왔어야 하는데, 저희가 많이 시끄럽죠?"

라며 들고 있던 봉지를 내게 내밀었다.

받아서 슬쩍 보니 빵이 들어있었다.

"아뇨 이런건 안주셔도 돼요"

"아니예요 저희 이사오기 전에도, 이사하는 날에도 전화주셨다면서요? 받으세요~ 그리고 저희도 여기처럼 매트 싹 깔아놨답니다~" 

뭔가 이상한 맥락에 당황하는 사이 아줌마는 후다닥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아이들이 금새 빵이라며 신나게 내 손에 있던 걸 낚아챘고 사과를 받은 건지 내가 예민한 사람이 된 건지 헷갈리는 저녁이 지났다. 그 뒤로도 동일한 소음이 반복적으로 일주일 이상 나타났고, 빵 주었으니 계속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라는 생각까지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와이프에게 집에 있는 값비싼 과자든 간식이든 있으면 다 털어서 달라고 했고 제법 비싼 선물 받는 과자들을 위층이 건네주었던 빵이 담긴 종이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빵 가격을 나중에 찾아보니 10배 이상은 지불한 셈이었다. 위층 벨을 누르고 아래층이라고 하니 안에서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다. 

 

"얘얘 우리 너무 시끄러웠나봐!! 쉿! 쉿!"

 

늘 이런 식인 사람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다.

 

"신축이라 그런지 아이 뛰는 소리가 다 들리네요. 아이가 의자에 앉는 소리부터 어디로 걸어가는지도 다 알게 되더라고요."

라고 말하며 집 안이 슬쩍 보였다. 퍼즐매트 하나 소파 앞에 깔려 있었다. 내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시야를 가리며 아줌마는 죄송하다며 어쩌냐고 했다.

 

"저희도 빈 손으로 오긴 그래서 이거라도 들고 왔어요. 아이랑 드세요"

 

그렇게 조용해질 줄 알았던 내가 세상을 너무 얕게 봤다는 증거였다. 모든 대화는 이틀 이상 약발이 가지 않았다. 이제는 직접 이야기 하기 보다는 센터를 통해보기로 했다. 전에 나와 통화했던 분은 그만두었고 이제 경비팀이랑 이야기 하라고 한다. 경비팀에는 순찰 일지 같은 곳에 기록되는지 물었고 통화내역까지 모두 기록한다고 해서 꼭 기록해달라며 위층 층간소음이 심한데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었다.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되면 바로 위층 세대에 찾아가진 않고 소음 발생지를 나름대로 찾아본다고 한다. 어떻게 찾아보냐니까 해당 세대 앞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경비원이 출동하고 나머지 두 경비원은 초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연락 받으면 그때 해당 세대에 문의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너네가 조용히 해라 가 아니라 주변세대에서 소음 민원이 있는데 혹시 소음 발생 중이시냐고 묻는다고 했다. 우리는 1호라서 외벽쪽인데도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냐고 하니 경비팀 입장에서도 방어를 할 수 있어야 해서 세대 앞에 방문하고 소음나는 걸 녹음하는 등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고 행동한다고 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에 수긍했고 그럼 저도 믿고 소음 발생하면 경비팀에 확인 요청드리겠다고 했다. 다만 참을 수 있는 만큼은 참아보고 연락드릴테니 꼭 좀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인내심에 한계가 달하거나 두통의 전조증상이 나타날때까지 참았다가 민원을 넣었고 거의 1~2주에 한번은 민원을 넣었다. 자주 있는 날은 일주일 내내도 그랬다. 그러다 와이프가 위층 아저씨를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고 이런 말을 나눴다고 했다.

 

"아니 우리 집이 그렇게 시끄러워요? 왜 그럴까요? 우리 집에선 아무 소리도 안나는데..?"

 

그 말을 듣자 내 인내심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일단 나는 위층 아줌마에게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물론 위층에 방문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아줌마가 나올지 아저씨가 나올지 애가 나올지 모르기에 의도된 행동이 아니었다. 근데 이 분은 아래층에 사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여자인 걸 알고 말을 건 것이다. 더 웃긴건 그 오랜 시간동안 나와 마주쳤을때는 묻지도 않더니.. 그렇게 꼬우면 민원을 넣고 있는 내게 와서 말을 하든 남자끼리 이야기 하자고 하든 해야지 이렇게 문제를 발전시키다니 놀라웠다. 협박인가?

 

그리고 내게 아무 소리가 안들리면 나는 아무 소리도 안내는 것인가? 이 무식한 발언에 바로 찾아갔다. 내가 원하는 대화 상대는 그 집 남편이었는데 또 다시 아줌마가 나왔다. 

 

"사장님 안계세요?"

"네 일 하러가서 안들어왔는데"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모님께 말씀드릴게요, 오전 10시쯤 아이 하원시키고 돌아오는 저희 아내와 여기 사장님이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다고 하더군요"

"저희 남편이요?"

"네"

"그 시간엔 없을텐데요?"

"그런가요? 엘레베이터에서 사장님께서 해당 호수를 말씀하시며 와이프에게 몇호냐고 묻더니 댁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나는데 왜 시끄럽냐는 듯이 말씀하셨다더군요"

"어머 그럴리가요?"

"글쎄요, 저도 당사자가 아니라 제 말이 못 미더우실 수 있으나 엘레베이터에 CCTV도 있고 하니 사장님 귀가하시면 여쭤봐주세요. 근데 뭐가 그렇게 언짢으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장님 오시면 여자한테 말하는 것 딱히 기분 좋지도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도 아니니 제게 연락 좀 해달라고 해주시겠어요?"

"네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연락은 오지 않고 층간소음만 심했다. 이제부턴 참지않고 소음 발생하면 바로바로 민원 접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두통은 심해졌고 아이들은 툭하면 공룡이 온다며 무서워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서두에 적었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글을 썼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주택에는 층간소음 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며 우리 아파트에도 있다고 말했다. 바로 상담신청했고 내 사정을 전부 이야기했다. 매트 시공 가격을 묻더니 위원 중 한명은 창문을 좀 열어두는 건 어떠냐고 했다. 소리가 울리니 문을 열어두면 좀 괜찮다는 설명이었다. 

 

"그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지 않나요? 그럼 층간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세대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문을 열거나 소음을 완화할 방법들을 찾아야 하나요?"

"아.. 그건 아니고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제가 조정위원회에서 이야기 한 지금 녹화되고 녹음되고 있는 모든 내용을 해당 세대에 보여주고 들려주셔도 좋아요. 저는 제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때도 적극적으로 행동했다고 해서 그와 비등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게 아니예요. 저는 중요한 건 사과와 그래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에요. 지금도 그 분들은 저를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제가 말하는 모든 피해를 무시하고 있어요. 저는 그게 화가 나는 거예요"

 

해당 세대라는 확신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도면을 보여주며 소리가 나는 곳들을 표시해주었고 왜 주변 세대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지도 설명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외벽쪽을 따라서 아이가 뛰어서 화장실에 들어가고 대화하고 소변보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했고 위층 침대에는 아마 서랍이 있을거라고 했다. 처음에는 의자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방에서 동일한 드르륵 거리며 서랍 열고 닫는 소리가 하루에도 수십번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도 층간소음 피해는 계속됐다. 집에서 캐치볼까지 하는 대담함을 보여주었고 그 날은 모든 경비팀과 당직 팀장까지 데리고 함께 전화하는 내용을 듣고 소음도 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대단하신 위층 남편분은 자신의 집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며 덤덤하게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관리센터 센터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대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오시라 했다. 복도에서 이야기 하자기에 나가보니 내게 출력된 A4용지 하나를 보여주었다. 퍼즐매트가 어지럽게 깔려있는 위층 세대 사진이었다. 방 하나는 큰 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찍지 않았다며 참고하시라며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래도 세입자다보니 나처럼 시공까지 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시공까진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고 그래서 어떤 말씀이냐고 하니 위층에서도 조심하고 있는데 오해가 많이 쌓인듯 하니 이제 풀고 싶다고 했다고 했다. 본인들은 마주치면 인사도 먼저하고 하는데 우리가 냉소적이었다고 했다. 

 

"그럼 그 상황에서 웃으며 인사해요? 뭐 그런 이야기를 하셨지?"

 

난 여전히 위층의 단어 선택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냥 그 주제로 이야기하면 되는데 자꾸 본인들을 합리화하고 보호하는 말을 덧붙인다. 난 그게 내 화를 더 돋구는 것이라고 했고 그냥 이 안건에 대해서만 일단 이야기를 좀 마무리 하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의 상대 세대분들이 그렇게 반응하셔요.. 이 정도면 젠틀하신 거예요"

한참 어린 내 앞에서 조정해보겠다고 하는 이 분이 안쓰러워 일단 알겠다고 수고하셨다고 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틀 뒤 또 대형 사고가 터지고야 말았다.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위층 남편분이 인사하기에 인사를 받아줬더니 대뜸 내 와이프에게 들었냐며 말을 던졌다.

 

"들으셨죠? 층간소음위원회요~"

"뭘요?"

"그 저녁에 민원 넣고 그러시면 안된다더라고요?"

"네?"

 

처음엔 듣고만 있다가 내가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저녁에 확실치도 않으면서 민원 넣고 그러시면 안된다고요"

나도 모르게 실소가 튀어나왔고 와이프가 말하려는걸 막았다.

"흐흐 그래요? 네네 올라가세요~"

 

와이프를 데리고 엘레베이터에 내리자마자 센터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방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층간소음위원회가 그런 말을 했다는건 내가 지금 아무한테나 민원을 넣었다고 이야기 했냐고 물었다. 그리고 내가 확인한 바로는 경비팀에서도 증빙자료 다 갖추고 있고, 세대 확인 후에 연락한다고 하던데 그럼 소음을 발생시키며 민원 관련 문의 전화를 받은게 위층 세대가 맞다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센터장도 어이가 없던지 왜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다며 층간소음위원회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았고 그 분이 전에 위원회 오셔서도 동문서답 하시곤 했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던 센터장은 그 뒤로 연락이 없었고, 법률 자문을 받고자 모든 수집된 증거들을 들고 법률사무소를 찾아다녔다. 

 

녹음된 소리, 경비팀 출동 기록, 통화 기록 등을 모두 들고 갔다. 길고 고된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일단 통화 기록에는 소음 발생 인정 및 사과 등이 있어서 괜찮은데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힘들거라고 조언했다. 아무래도 친분이 있는 분이라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라고 하니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해주셨다. 

 

나는 지금 위층과 소리나는 전쟁 중이다. 

 

아.. 더 황당한 건 내가 알아낼 수 있는 선에서 알아보니 그 분은 현재 모 대학에서 공공안전관리학 박사과정에 있었고, 공직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앞선 경험으로 봤을 때는 똑똑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이렇게 뻔뻔하게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람이 그런 학문을 공부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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