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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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3. 7. 7. 21:45
2023년 상반기 회고 잡념과 생각

 

1년에 한번 하던 회고를 조금 더 짧은 주기로 해보고자 했다. 점점 1년을 돌아보기에는 체감하는 1년은 짧지만 기억에 남은 1년은 어쩐지 훨씬 짧았다. 

 

이직

앞서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직을 하게 됐다. 일하는 문화나 동료 모두 마음에 들었던 곳을 떠나면서 시원하거나 후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필요한 일이었고 내 커리어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2022.12.13 - [어쩌면 매우 얕은 생각] - 조금 빠른 2022년 회고 - 퇴사

2022.12.14 - [어쩌면 매우 얕은 생각] - 조금 빠른 2022년 회고 - 이직

 

문득 돌아보니 내 커리어의 제법 긴 시간동안 머신러닝으로 대변되는 AI 산업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자체 솔루션으로 추천과 검색이 가능한 임베디드SW를 만드는 팀을 리드하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고 그 와중에 B2C제품도 다루었었다. 그리고 잠시 B2C 제품만 다루던 회사를 경유해서 다시 ML 회사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제품 전체를 리딩했다. B2B 제품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전에 B2C에서의 성적표가 더 빠르게 만들어졌고, B2B와 B2C를 넘나들며 제품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불 만난 나방마냥 뛰어다니던 내게 이번에는 운동이라는 도메인이 손을 내밀었다.

 

잠깐 샛길로 새면 2018년 여름 이틀에 한번씩 구토하고 엄청난 두통과 위경련에 시달리던 내게 앞이 하얗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전조증상은 너무 큰 공포였다. 심지어 내 아이가 부르는데도 어딨는지 모르니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내게 한 물리치료사의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일자목이 심하신데 통증을 개선하려면 운동을 하셔야 해요. 특히 하부승모근이요"

"하부승모근이요? 헬스장을 다니고 있긴 한데 승모근은 알겠는데 하부승모근은 어디예요?"

 

그렇게 운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군대에 있을 때보다 더 높아졌다. 한동안 좋아지는 몸에 흠뻑 취해서 체지방률 10%까지 빠질 정도로 운동을 했던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영양결핍으로 대상포진과 탈모도 왔다. 그렇게 영양과 건강에 대해 알고 나니 인생은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리고 그간 쌓인 것들이 많아서인지 어느 회사에서도 나는 동료의 자세를 고쳐주고 운동에 관심을 보이면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은지 알려주기 바빴다. 

 

"저 운동하는 제품을 해보기로 했어요"

"정말 잘 어울려요! 덕업일치인가요?"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덕업일치

확실히 재밌고 그동안 쌓았던 지식들이 제품에 풀어나갈 수 있어서 희열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조직에 합류했으니 더없이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처음 1개월은 팀빌딩에 정성을 쏟아야 했고 다음 수개월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가기 바빴다.

오늘 그간의 경험과 배운 점을 공유하고 다음 반기의 목표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발표를 마치고 돌아오면 하지 못했던 말들이 생각나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분명한 건 나도 지난 6개월동안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으니 그거면 됐지 않았을까?

 

고민

이렇게 만족스러운 상황에서도 고민은 계속 생겨나는게 호모 사피엔스 특징일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조금 더 넓은 영역에서의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업무 특성상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나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진 않을까 갈증이 갑자기 생기기도 한다. 이 부분은 아직 모르겠다. 지금은 눈 앞에 놓인 것들을 고민하기에도 정신 없다.

 

취미

재택으로 일하던 내게 출퇴근 시간이 생기자 조금씩 하루 시간이 바뀌었다. 5시에 기상해서 운동하다가 이제는 6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만 하고 7시 반에 아이들 기상을 돕고 있다. 두 딸의 머리를 묶이고 양치와 세수, 옷까지 입히고 나면 금새 학교갈 시간이 된다. 데려다주고 회사에 도착하면 9시 반이고 회사 복지로 받은 헬스장 이용권을 사용하고 온다. 베란다 짐에서는 할 수 없었던 케이블 운동과 V스쾃 같은 머신 운동을 하니 여간 기분이 좋은게 아니다. 심지어 유산소도 하니까 더 상쾌한 하루고 기분과 에너지도 차오른 느낌이다.

 

다만 집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아이 공부도 함께 해야 하고 혼자 집중해서 해야 할 일들이나 고민거리들을 고민하는 시간이 몰리게 된다. 11시는 되어야 뭔가 마무리가 되고 잠이 드는데 내 정신이 점점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숨 쉴 틈이라곤 전혀 없는 무미건조함이 느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이패드 미니를 사서 책을 읽으려다가 그것도 내가 나를 너무 압박하는 것 같아서 만화책으로 경로를 바꿨다. 고등학교때 시험 끝나면 수박 먹으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조합과 함께 만화책을 먹던 기억도 나고 나름 만족스럽다.

 

그리고 리코 GR3 다이어리 에디션을 선착순으로 구매했다. 물론 그립과 케이스까지 주는 스페셜 에디션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샀던 카메라 중에 만족도 면에서는 100점에 가깝다. 특히 스트릿 포토를 즐기는 내겐 더없이 좋은 데일리 카메라다. 사진 좋아하는 회사 동료들과 하루한장이라는 모임까지 만들고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잊고 있던 사진 덕에 매일 출퇴근 길 재즈와 함께 감성적이고 짧은 시간과 지나가는 순간들에 집중하며 잠시 일 생각과 고민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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