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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 [커리어와 일에 대한 생각] - 조금 빠른 2022년 회고 - 퇴사

 

조금 빠른 2022년 회고 - 퇴사

글쓰기의 기간이 찾아왔다. 매년 12월은 1년치 회고를 한다. 아직 12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12월에 내 커리어에 커다란 변화가 또 한번 있었기에 회고를 조금 빠르게 해보려고 한다. (사실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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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일은 예상보다 빠르게 잡혔다. 한달을 예상했지만 2주 정도 업무 마무리할 시간이 주어졌는데 공유가 많았던 업무 성향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일주일은 반반차를 사용하며 빠르게 1차 인터뷰가 잡히는 곳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2주차는 연차를 소진한다는 생각으로 모두 연차를 사용했다. 사실 말이 2주이지 내가 준비할 것보다 회사가 남아있는 동료들의 멘탈 케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 이 2주를 포함해 퇴사 통보를 한 날까지 약 3주의 시간동안 운이 좋게도 이력서를 오픈하거나 지원하자마자 인터뷰나 커피챗을 진행할 수 있었다. 총 다섯 개의 회사들과 만나봤고 이번 글에서는 이 경험을 돌아보는 글을 쓰려고 한다. 

 

 

다섯 곳의 회사들 중에 한 곳은 지인의 추천으로 지원했고, 나머지 네 곳은 지원해본 곳도 있었고 다른 회사를 다니는 지인이 권해서 인터뷰를 봤던 곳이거나 내부 리쿠르터가 먼저 제안을 했던 경우이다. 가장 먼저 지인 추천으로 지원한 곳은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서 예열이 충분히 되지 않아 아쉬움도 남는다. 지금 돌아보니 그렇다고 가장 빠른 것도 아니긴 하다. 이곳의 인터뷰 과정은 좋았던 경험도 많았지만, 비대면 인터뷰로 진행하다보니 오디오가 겹치거나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생기는 경험을 했다. 내 경험도 좋지 않았으니 면접관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재택 환경에 익숙한 나는 캠부터 오디오 장비까지 완비되어 있고 배경 천까지 마련된 반면 랩탑 오디오로 전달되는 오디오는 인사가 시작되자마자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면접관과의 인터뷰 과정에서도 에티튜드를 갖추어 말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지원자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말머리나 후미에 지원자가 더 잘 아시고 고민해보셨겠지만, 이라는 멘트를 들으며 거만하다거나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근데 그 멘트만 빼고 생각하면 내가 어떤 근거로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를 알려고 했던 것은 맞나 싶다. 어쩌면 우매함의 봉우리 근처에서 지원자를 봐오던 습관이 표출된 것은 아닌가 싶었다. 반대로 공개된 면접관들의 발표자료를 보고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은 일에 대한 레슨런과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때 면접관의 답변은 앞선 태도에 비해 아쉬움이 많았다.

 

나를 추천해준 지인을 생각해서 끝까지 연락을 기다릴까 했는데, 내 경험이 좋지 않았던 곳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일이 많지는 않으니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곳을 알아보았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분의 소개로 또 다른 유니콘 기업과 평소에 관심이 가던 시리즈B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노크를 했고, 하루 이틀 뒤에 두곳에서 동시에 인터뷰 일정을 어레인지 하는 메일이 도착했다. 이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링크드인으로 제안을 줬던 또 다른 시리즈B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대표와의 커피챗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은 많이 당황스러웠다. 제안을 주었지만 나는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고, 회사를 소개 받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커피챗이 아닌 인터뷰를 보는 듯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시간에 쫓기듯 핸드폰을 계속 살펴보며 질문하던 대표는 몇 가지 놀라운 발언을 했다. 

 

"대표가 유능하고 똑똑하면 수평적인 문화가 필요하지 않아요. 그건 무능한 리더에게 필요한 거예요"

"아..! 물론 내 능력이 한계에 닿으면 수평적인걸 고려해보겠어요. 하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난 유능하거든요.. 사무실 봤죠?"

 

그렇다. 꽤나 넓은 사무실에 빈 자리 투성이었던 가림막으로 개인의 업무 공간이 분리되고 입구부터 사무실 끝까지 한 줄로 나열된 꽤나 사무적인 모습의 빈 책상은 확실히 놀랍긴 했다. 재택 근무자가 이렇게 많을 수 있나 싶었는데 100% 대면 근무 중이라고 했다. 확실히 어떤 면에서는 능력이 있는 듯 해보였지만 내가 리더에게 원하는 능력과는 괴리가 있어보였다. 심지어 내 전임자가 될 사람에 대한 무능함을 비판하는 모습은 미래의 나를 어떻게 대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문을 나서자마자 이곳과도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연락왔던 두 곳의 인터뷰 일정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연차를 사용한 한 곳은 나도 바쁘지 않은 차주로 일정이 도착해서 가장 빠른 날로 잡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대기업 1차 인터뷰 일정 안내 메일도 도착했다.

 

실제 근무를 하게 될 이틀이 남은 시점에 반반차를 사용하고 시리즈 B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을 찾았다. 인터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30분을 일찍 도착했는데 그 시간동안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시는 채용 담당자부터 인터뷰에 참여한 분들의 질문의 퀄리티까지 환상적이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 회사는 답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나눈다기 보다는 내가 가진 잠재력과 능력, 마인드셋을 보려고 하는 것이 여실히 보였다. 정확하게 싱크를 맞추고 대화를 하고자 했고, 우려되는 지점을 직접 언급하기 보다는 유사한 사례를 찾으려는 질문들에서 어떤 우려를 하는지, 내가 어떤 케이스를 예시로 드는 것이 좋은지 예측하기 좋았다. 이렇게 해봤으면 어땠을까요? 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왜 그런 의사결정에 도달했고, 결과는 어땠는지, 레슨런은 어떤게 있었는지를 물어왔다. 결과를 추긍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나를 평가하려는 모습 보다는 함께 일을 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 지를 알고 싶어한다는 게 느껴졌고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좋게봐주셨는지 인터뷰 마치고 한시간만에 합격 연락이 왔고 2차 인터뷰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마지막 근무일에 맞추어 부검메일을 공유하고 팀원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업무를 마무리했다. 공식적으로는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 이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조금 당겨서 유니콘 기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치가 정말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인터뷰 시간이 10분 정도 지연됐었다. 여러모로 채용 담당자가 회의실 예약도 문제가 됐었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문제가 있다는걸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 꺼림칙한 느낌은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는데,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물어보려고 했고 상황을 만들려고 하였지만 애초에 잘 준비된 상황이 아니인지 내 대답에 맞춰 케이스를 추가했다. 

 

"시스템 장애가 나거나 갑자기 지표가 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지표라면 그 지표가 갱신되는 주기가 어떻게 될까요?"

"보통 하루 단위로 보니까 데일리라고 해볼까요?"

"원인 파악부터 해보려고 누구누구에게 문의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면요?"

"그럼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 배포된 내역 확인 요청하겠어요"

"근데 문제가 없다고 해요"

"아무 문제가 될 만한 액션이 없었는데 제품에 이상이 생겼다는 말씀이신가요?"

"음.. 그럼 상황을 바꿔볼까요?"

 

나도 앞으로는 이런 인터뷰는 준비되지 않으면 섣불리 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시스템 장애를 예시로 드는데 하루 뒤에 알았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긴급한 상황인데 하루 한번 보는 지표라니, 의아함때문에 답을 잘 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화가 진행될 수록 그 흐름이 정해놓은 답변을 향해 이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상황을 바꾸어 홈화면에서 이탈하는 사용자가 n% 늘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 더 명확하게 정의된 상황이 제시되니 내 생각을 밝히기에도 용이했다. 이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썼는데, 그 뒤에 이어진 인터뷰는 신속하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AB 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트래픽 분산을 위한 것 말고 구체적 목표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었는데 디테일하게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인터뷰를 마치고 어두워진 길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인터뷰 복기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회원수로 트래픽을 가늠하는 질문에 회원 수를 말하지 않고 트래픽을 말하지 못한 내가 아쉽기도 했지만 애초에 첫 단추부터 맞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대기업 1차 인터뷰는 30분만에 끝났고 실무보다는 인성 질문에 가까웠다. 지원동기와 이전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요청했고 이야기를 나누며 스타트업에서 불태워가며 일하는 사람이 신기하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곳은 인터뷰 과정이 길어 다른 곳으로 가기로 확정해두고도 2차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2차에서도 역시 스타트업에서 구르며 살아온 내게 대기업은 어울리지 않는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좋은 느낌을 받았던 곳에 다시 방문하여 2차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번 갔던 곳이라 더 홀가분 하기도 했고, 어쩐지 반갑기까지 했다. 2차 인터뷰에는 CEO, CTO, 인사담당자 세분이 들어오셨고 골고루 질문을 주시며 내가 가진 철학이나 살아온 삶에 대해 알고 싶어하시는 듯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또 바로 제안을 받았고 이틀 뒤에 한번 더 만나자는 요청에 대표님과 1:1 미팅을 한번 더 진행했다. 오퍼를 주는 자리라고 했는데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정작 제안에는 회사에서 편한 방식으로 제안을 주시면 좋겠다 하고 내가 지금 받고 있는 처우와 관련된 정보를 바로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여기서 빠르게 진행되니 회사에서 퇴사일을 통보받는 시점에 나는 갈 곳이 어느정도 잡힌 상태였다. 물론 당시에는 다른 진행 중인 곳들도 있어 어디로 갈 지 확답은 못했다.

 

시간 여유가 생기고 그동안 만났던 기업들에 지원 철회를 하거나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직은 주차자리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서로 맞는 타이밍에 서로를 원하는 시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다. 그래서 탈락했다는 연락을 받아도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내가 해야하는게 더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거취가 결정되었고 내가 다음에 할 일과 해결할 문제들이 생기면서 남은 2022년은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 개인 컴퓨터를 마련하여 집에 세팅해두었고, 장비들도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면/비대면 병행하는 곳이니 비슷한 환경을 갖추었으면 했고 똑같은 키보드 마우스를 색만 다르게 해서 사무실에 가져갈 준비도 마쳤다. 잘 쉬어야 하는데 쉬는게 익숙하지 않다. 첫째와 둘째 겨울 방학인 마지막 주가 되면 육체 노동을 시작해야겠지만...

 

2022.11.27 - [커리어와 일에 대한 생각] - 이직 장비 세팅

 

이직 장비 세팅

지금 집에서는 회사에서 지급한 24인치 모니터 한대(DELL P2419HC)와 개인 소유한 모니터 한대(DELL U2419H)가 모니터암에 거치되어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해피해킹 유선 타입S와 로지텍의 LIFT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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