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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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코트디부아르를 꺾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정상에 섰다. 잠비아는 13일 가봉의 수도 리브레빌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전후반 90분에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득점없이 비겼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무려 8번째 키커까지 간 끝에 8-7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날의 우승은 단순히 우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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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부터 시작돼 28번 대회에서 한번도 우승해본 적 없는 잠비아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며 종전 최고 기록인 네이션스컵 기록을 깼다. 디디에 드록바, 제르비뉴, 야야 투레, 콜로 투레, 살로몬 칼루 등 초호화멤버로 구성된 최강팀 코트디부아르를 무너뜨린 그들의 성과는 단순히 우승과 기록 갱신의 의미가 전부는 아니다. 바로 그들이 우승을 염원했던 이유가 다른 팀들보다 더 간절했던 남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88올림픽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대파하기도 했던 잠비아는 1993년 4월 27일, 1994 월드컵 예선을 위해 이동하던 중, 중간 급유지인 가봉의 리브르빌 근해에서 잠비아 국가대표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이륙했다. 당시 잠비아 국가대표는 황금세대라고 불릴만큼 잠비아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륙하던 비행기는 500m 높이에서 착륙, 당시 잠비아가 보유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잃었다. 그나마 PSV 에인트호벤에서 뛰고 있어 개별 이동했던 팀의 간판 칼루샤 브왈리아(이탈리아 전 해트트릭의 주인공이자 아프리카 축구의 스타)만이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결승전 전 리브르빌에 찾아 근처 바닷가에서 묵념을 하고 우승에 대한 집념을 불태운 그들은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19년 전 선배들에게 안식의 선물을 안겼다.

1994 네이션스컵에서 잠비아는 브왈리아와 2진급 선수들로 새로운 팀을 꾸려 출전, 나이지리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6년의 네이션스컵에서도 잠비아는 3위를 차지했고 그들의 FIFA 랭킹은 15위까지 오르게 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만약 그 참사가 일어나지만 않았다면 잠비아가 한 동안 아프리카 정상급 팀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을 것이라는 가정법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 잠비아 축구는 96년을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잠비아는 이들의 이름이 생소했던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팀이기도 하다. 바로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의 해'인 2010년 첫 A매치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잠비아가 대패를 안겨준 것이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란드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2-4로 무릎꿇으며 사실 위기론도 거론됐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잠비아는 축구 약체로 분류되고 있었고, 당시 한국 축구는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갖고 다양한 팀을 경험하려는 중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목표했던 것은 이뤘지만 그런 우리의 골문을 4번이나 흔들며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은 잠비아가 단순히 약체팀으로만 분류할 순 없었다는 점이다.

19년전 사고로 무너져내린 잠비아가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기 시작한 시기는 당시 생존해서 잠비아 축구를 끌어갔던 브왈리아가 잠비아 축구협회 부회장을 거쳐 회장직에 오르면서부터 쯤이다. 2006년 잠비아 감독직에서 내려온 후 축구행정가로 길을 바꾼 브왈리아는 선수들 간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는 유기적인 지금 현재와 비슷한 잠비아 팀을 계획, 구축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네이션스컵에서 '선수 교체의 달인'과도 같은 면모를 보이는 프랑스 출신 감독 에르베 르나르를 직접 발굴, 중용한 이도 브왈리아다. 현재의 잠비아 대표 팀은 짧지 않은 기간 꾸준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이 상당수이고, 이는 이번 대회 잠비아를 공수 양면에 걸쳐 두드러진 조직력을 과시하는 팀으로 만든 원동력이 바로 브왈리아의 구상안이다.

선배들의 영령에 헌화를 하고 참가했던 결승전, 사고가 일어났던 곳에서의 경기이기에 더 뜻깊었고 국민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경기였으며 세계에 또 한번 잠비아라는 이름을 알리고 새로운 메시지, 19년전의 사건을 다시 한번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전통 강호들을 차례로 꺾으며 (아래 사진 참고) 우승 트로피를 선배들이 떠난 그 곳에서 하늘을 향해 치켜올린 잠비아, 이제 그들에겐 '돌풍'이 아닌 '새로운 강호'로서 지금 얻은 자리를 계속해서 지켜나가 평준화가 가장 안되던 대륙인 아프리카에 제2의 잠비아를 만들어 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아프리카의 강호로 이 우승컵 그 이상의 것들을 해나가길 기원한다.

(사진 출처=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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