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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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내가 일을 하던 조직은 머신러닝에 deep-dive 하는 일이 많았고 아무래도 자주 쓰이는 용어와 단어의 차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협업 하는 사람과의 마찰이 우려되었는데 역시나 초기에는 엄청난 소음을 안고 살았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한 2015년에는 뉴럴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하거나 딥러닝을 설명하는 것도 벅찼고 꽤나 구체적으로 3시간을 떠들고 설명해도 그게 되냐는 답변만 돌아올 뿐 진척이 없었다. 2016년 알파고가 휩쓸고 지나가자 다들 찾아와 나의 설명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신뢰하는 스탠스를 보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포함한 조직 전체가 삐딱한 자세를 갖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렇다보니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였는데 오히려 설명의 시간이 줄어들어 기뻐했던 나와 달리 엔지니어들은 lock-in science에 더 몰입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일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같은 엔지니어와의 대화에서도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독성 말투(toxic tone)을 쉽게 갖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문제는 기술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어느 곳에서나 자주 보이지만 특히 테크 업계에서 많이 목격된다. 이 문제에 대해 2016년 중반부터 문제가 된다는 것을 각인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사실 당시에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모두 사회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테크는 알지만 사람을 이해 못한다면 제법 문제가 크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게 근데 누군가는 테크 업계는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하던데 웃기지도 않는다. 이 문제는 해외에서도 제법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이고 그게 꼭 개인주의적인 생각이나 언어적인 특성을 타고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https://compassionatecoding.com/blog/2016/8/25/tech-has-a-toxic-tone-problemlets-fix-it/

 

Tech has a Toxic Tone Problem — Let’s Fix It! — Compassionate Coding

When it comes to communication, especially involving engineers, tech has a toxic tone problem. I know because I’ve not only been surrounded by it for the past decade, but during less enlightened moments, I’ve contributed to it. But there's hope!

compassionatecoding.com

 

위 블로그는 April Wensel Tech has a Toxic Tone Problem — Let’s Fix It! 이라는 글인데 이 글을 번역한 글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 공유되고 엔지니어들에게도 이슈가 되며 국내에서도 독성 말투를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루급으로 칭송되면서도 사회적인 관계 맺기에 불편하거나 어려운 일부의 사람들이 업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과 일을 하며 가장 감정 소모가 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무가 프로덕트 오너(프로덕트 매니저)와 UI/UX 디자이너 직군이지 않을까 싶다. 

 

https://edykim.com/ko/post/tech-has-a-toxic-tone-problem-lets-fix-it/

 

기술 업계의 독성 말투 문제, 고칩시다!

이 글은 April Wensel의 Tech has a Toxic Tone Problem — Let’s Fix It! 번역입니다. 기술 업계의 독성 말투 문제, 고칩시다! 의사소통에 관해서, 특히 엔지니어가 연관된 경우라면 기술 업계에서 독성 말투 문…

edykim.com

 

원래 글의 시작은 어떻게 이런 사람들과 앞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사실 아무리 고민해도 맞지 않는 스타일의 사람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는 것은 조직의 입장에선 낭비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또 다시 한 사람만 커뮤니케이션에 번아웃되는 일이 생길테니 차라리 조직을 바꾸는게 더 옳은 일이라고 여겨진다. 분명한 것은 어떤 자세가 나쁘냐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개발을 병행하다보니 아무래도 엔지니어가 모여 있는 단체 톡방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는데 많은 엔지니어들이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굉장히 인간적이면서 업무에서 다른 분류의 혹은 직군의 동료와 이야기를 할 때는 저 독성말투가 튀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러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렇게 독설을 뱉고 자신의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많다. 근데 문제는 이게 본인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과 함께 해야 하는 동료들에게 평판을 깎이는 행동이기 때문에 레퍼런스 체크에서도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의 흐름을 따르다보니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직군의 사람을 설득하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위 블로그의 글 처럼 저런 말투를 가진 사람 자체가 저게 왜 잘못된 일이고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지 충분히 고민하는게 더 옳은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인간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스킬이 내 밥줄이지만 그 스킬이 쓰이는 곳도 함께 그 스킬을 빛나게 해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무시하는 엔지니어가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동료를 무시하는 엔지니어가 동료가 생길까? 그저 목적없는 스킬만 신나게 갈고 닦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물론 저런 네거티브한 스탠스를 가진 사람에게 PO의 글 역시 부정적으로 보여지겠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이 PM을 하는 프로젝트의 iOS 개발자로 참여해 독성 발언을 마구잡이로 날려보기도 했고 창업하는 사람에게 컴퓨터 비전으로 구현 불가능한 영역을 알려주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남는건 당장 지금의 내 쌓일 것 같은 감정을 해소하는 발악일 뿐이지 그 감정이 아예 없다거나 더 상쾌하지는 않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철학도 과학도 결국 사람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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