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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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오너, 프로덕트 매니저를 포함한 기획 직군의 경우 다른 직군과 달리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어렵다. 포트폴리오 자체가 나의 능력으로 비춰지기 어렵기도 하고,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백지 상태에서 막연한 문제에서 출발하는 직군의 특성상 더더욱 명시적인 이미지가 담긴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혼선을 초래한다. 예전 서비스 기획자로 업무를 할 때에는 포트폴리오를 스토리보드나 화면 정의서 등으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점점 UI/UX 기획도 디자이너의 영역이 되면서 그도 부질없어졌다. 게다가 애자일과 린 스타트업의 확산으로 점점 속도와 성장에 집중하게 되면서 로드맵과 마스터 플랜이 세워진 기획은 리스크가 크고 비효율적인 기획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점점 기획 직군의 이력서는 더욱 심플하게 정리된다. 어떤 가설을 왜 세웠고 어떤 솔루션을 만들었고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그리고 성과는 어땠고 무엇을 배웠는지까지의 과정들이다. 물론 다른 직군도 최근에는 높은 수준으로 무엇을 왜 개발하는 지에 동기화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기획직군만큼 다양한 가설들을 검토하면서 우선순위를 산정하지는 않는다. 일부 다른 기획 직군에서는 예외일 수 있지만 나는 이 부분이 PO에게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설정하면서 우선순위를 선정하여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능력이 드러나야 한다. 각각의 이야기, 혹은 프로젝트들을 뜯어보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건 기여도 따위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기여도를 써달라는 회사도 봤지만 99%, 100%의 차이는 무엇이고 단일 기능 조직도 아닌 교차기능조직의 한 사람에게 기여도를 물으면 1/n 해야 하나 짜증 섞인 고민만 하게 된다. 이걸 회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그냥 대충 알아서 쓰라고 하던데 그럼 이걸 왜 받는지, 평소의 업무도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상투적인지 궁금증과 답답함만 증가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력서를 검토함에 있어 '정성'과 같은 요소들로 평가하는 곳도 있고, 어떤 지원자는 단일 기능 조직에 속해 있어서 하나의 기획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으니 기여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게 좋은 이력서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력서에 대한 기준은 분명히 점점 진화하고 시대에 따라 그 트랜드가 변한다. 최근에는 주요 프로젝트만 쓰되 레슨런을 써달라고 하는 편이다. 주요 프로젝트는 나의 장점이나 내 경력에서 좋은 경험이 됐던 것들 위주로 쓰면 된다. 나는 내가 가진 장점들을 나열해놓고 그 장점에 부합하는 것들만 추렸다. 물론 중복되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최대한 추리려고 애썼다. (물론 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던 시점에는 거의 전체 프로젝트를 작성했어서 최근에는 또 간추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추려진 뒤에 프로젝트마다 내가 어떤 걸 배웠고 느꼈는지 썼다. 개인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과 프로젝트 자체가 조직과 제품에 배움이 있었다면 그것도 써내려갔다. 결국 일을 하며 개인도 성장해야하지만 조직과 제품에서도 임팩트를 남기고 다음의 가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학력이나 경력은 그냥 나열된 정보면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작성된 것과 별개로 간단하게 이력사항만 작성된 CV가 있으면 프로필 정보가 필요할 때 제출하기 용이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중 관리 하는 셈이지만 CV의 업데이트 빈도가 잦은 것은 아니므로 크게 부담스럽진 않다. 이렇게 쭉 쓰다보니 내 이력서도 너무 양이 많고 잘 축약된 것 같지 않다. 나도 이력서를 한번 손을 보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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