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없어 잡은 데얀, 명분은 있을까?

2012. 2. 10. 08:16·축구 이야기(deprecated)
데얀에 대한 광저우 부리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초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는 이적료 43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서울이 거절하자 지난 8일 이적료를 500만달러로 올려 다시 제안했다. 데얀에게는 서울에서 받은 연봉의 두 배를 휠씬 넘는 180만달러(약 20억원)를 제시했지만 서울은 이마저도 뿌리쳤다. 그리고 이를 두고 온갖 추측과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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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FC서울 공식홈페이지)

이러한 소식들을 전해들은 전문가와 기자들은 앞다퉈 데얀이 '실망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에서 행복하다고 밝힌 그이지만 그의 나이는 31세, K리그 사상 보기 힘든 이적료를 거절한데다가 선수 본인에게도 연봉이 2배이상 급증하는 계약을 구단이 거절해버렸다. 이적시장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팀의 특급 에이스로 활약 중인 데얀의 공백은 구단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것이 분명하다. FC서울의 경우 '피터팬' 이승렬까지 보내며 데얀의 빈 공백을 메울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기자들이 내보낸 '실망'이란 단어에 서울 팬들은 믿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얀이 그동안 구단에 보여온 충성심을 생각했을 때, 돈보다는 명예를 택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팬들은 그도 사람인데 선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약을 거부했고, 이것이 바로 K리그의 문제라고 하고있다. 잠시 여기서 필자가 이야기 하나만 보태자면 이와 같은 계약 상황에서 이적과 관련한 거부권은 어느 프로리그를 가더라도 구단에게 우선권이 있다. 그리고 거절했을 때 선수가 불만을 표하고 이것이 해외축구 뉴스를 도배한다. 선수의 권익만을 챙겨주자는 것은 결국 '부자는 조금 베풀어라' 라는 '부자는 죄인이다.' 라는 인식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2차 제안마저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데얀만큼 검증된 선수가 현재 K리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영입한 공격수들이 있다해도 그 파괴력은 아직 데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올 시즌부터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시도민구단뿐만 아니라 기업구단들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마치 한 기자가 FC서울이 그동안 보여왔던 '명분주의'가 사라졌다는 듯이 비난하는 것이 자신을 돌아본 뒤에 이야기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이 바로 팬들이 가장 원하던 K리그의 모습이 아닌가? 성적은 개판치고 명분상만 존재하던 평준화된 리그의 특성을 버리고 자유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 말이다. FC서울이 데얀을 통해 끌어내고 있는 수익은 잠재적으로 그의 몸값으로 측정된 50여억원 이상일 것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몇몇 팬들은 FC서울을 비난하고 나섰다. 여태까지 양반인척 선수 위하는 척은 다하더니 결국 똑같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틀린 말 아니다. 여태까지는 선수를 위해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데얀은 그 느낌이 다르다. 

(사진 출처=FC서울 공식홈페이지)

돈의 액수나 데얀의 미래를 생각하면 보내는 것이 맞겠지만 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이고 그 파괴력은 여느 유망주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이미 팀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선수이니 더욱 보내기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서울이 이번 제의에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용수 감독의 허락하에 이틀동안 훈련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훈련에 불참했다는 소리로 해석하는 기자들이 많다. 지금 일본 전지훈련에 함께 참가중인데도 그렇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데얀이 이번 일의 후유증으로 부진하게 되면 서울은 실리(이적료)와 명분(성적)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재계약이 불가피하다. 1년여 남은 계약기간을 채우고 FA로 다른 팀에 보낼수는 없고, 지금이 최적기임에도 가장 힘든 시즌으로 전망되어 팔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디나 히칼도처럼 전설로 남겨두려고 발버둥치는 수 밖에 없다. 그의 몸값을 측정한 중국리그가 워낙 거품을 많이 끼운채로 최근 여러 선수들을 찔러보고 있는 상황이라 그와 같은 수준의 재계약은 힘들지라도 비슷한 수준내에서의 재계약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데얀에게도 이미 적응된 리그와 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마케팅에서는 K리그 최고라 불리우는 FC서울, 이번에는 팬만이 아니라 선수까지 생각하는 '밀당'을 시작해야되는 시점이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대의'를 위해 한쪽팔을 잘라낼지, 둘 모두를 잃고 이 시점을 돌이키며 앞으로 후회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될 일이지만 K리그의 검증된 선수들을 중국리그에 빼앗기며 중국은 아시아의 EPL이, 한국은 네덜란드 에레데비제로 남을지 그 선택의 기로에 섰다. 부디 K리그가 최고의 선수들을 육성해서 중국이 아닌 세계 최고의 무대라고 알려진 유럽무대로 진출할 아시아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1981년 7월 27일 보스니아, 그곳은 전쟁 중이었어요. 지금 현 국적은 세르비아지만 난 전쟁이 한창이었던 보스니아에서 태어났죠. 전쟁을 피해 세르비아로 오게 된 거구요. 아마도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해외로 나가지도 못했고 심지어 집밖에 나가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만큼 불안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삶이 반복되던 10살 무렵,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그렇잖아요? 저도 똑같이 친구들이랑 축구 하는걸 좋아했어요. 하루는 한창 재미있게 축구를 하고 있는데 어떤 코치 선생님이 와서 갑자기 축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 하더라고요. 전 축구가 좋았고, 그렇게 축구선수로서의 삶을 시작했죠. 


처음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팀은 당시 유고 1부에 있던 꽤나 좋은 팀이었어요. 축구를 권유했던 코치님이 저와 친구 몇 명을 데리고 갔고, 그 곳에서 친구들이랑 함께 선수생활을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울하기만 했던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축구를 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마냥 신이 났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소속되어 있던 팀은 굉장히 프로페셔녈했던 팀이었어요. 뛰다 보니 자연스레 기회가 생겼고, 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렇게 축구를 시작해 세르비아의 3~4클럽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FK 베자니야에서도 선수생활을 했죠.



그래도 불안한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사회가 불안하니 축구도 불안했어요. 축구를 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그만큼 축구가 좋았지만, 환경은 그렇지 못했죠. 연봉도 적었고 자연스레 삶은 점점 어려워졌어요. 하나하나 다 말할 순 없지만 정말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드라간의 이야기가 그렇게 부러웠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세르비아 선수 드라간과 한국의 축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좋다고 하더군요. 드라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엇보다 팬들의 뜨거운 열정이 좋았습니다. 유럽보다 한국은 축구를 더 잘할 수 있다고 느낄 만큼 훌륭한 선수들도 많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가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무엇 보다 드라간이 적응했으니 나 역시도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한국에 와보니 정말 적응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국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등 모든 것이 좋습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에게 친절한 K리그 팬들이 고맙죠. 저에게 있어서 한국은 최고의 나라입니다. 다만, 아침에 일찍 일어 나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에 힘들었지만(웃음) 지금은 뭐, 아주아주 잘 일어나죠. 늦잠도 안 자고요.


한국이나 팀에 적응이 되었다 싶을 때쯤 전 새로운 둥지에 다시 적응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지금. FC서울의 가족이 된 거죠. FC서울에 입단해 처음 마주한 상황은 앞으로 함께 걸어갈 동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와보니 몇몇 선수들은 대표팀에 가 있었고, 몇 선수들은 부상을 당했더군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아직 다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다 친해졌습니다. 아직은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해서 별명을 부르지만 말이죠.


동료들에게 한국어도 배우고 있어요. 아직 많이 늘지는 않았지만 연습경기 때 한국말이 생각나지 않아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한국어를 알아야 우리 팀의 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으니까요. 그나마 아디가 영어 단어 몇 마디라도 해서 다행이에요. 아디 덕분에 팀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전지훈련 때 같은 방을 쓰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아디는 정말 최고의 친구입니다. 아침잠이 많은 저에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그럴 때마다 아디가 아침에 저를 깨워줬습니다. 정말 아침에 룸메이트를 깨우는 기술은 아디가 최고입니다.



좋은 선수들, 아니, 좋은 친구들 덕분에 난 이미 FC서울에 빠져 버렸습니다. 우리 팀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을용, 이민성을 비롯해 부상에서 돌아온 김은중도 굉장히 좋은 선수 같아요. 그들과 함께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올해 새롭게 입단한 선수들 역시 무척 기량이 좋은 것 같아 자극도 받고, 배울점도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명문구단이 바로 그런 것이니까요. 명문구단의 일원이 됐으니 저도 무언가는 해내야겠죠. FC서울은 올해 좋은 성적으로 명문구단임을 증명할 것입니다. 귀네슈 감독님의 지휘 아래 FC서울은 올 시즌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감독님이 우리들을 믿는 것처럼 우리도 그 분을 믿으니까요. 나 역시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될 것이고요.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잘 해낼 것입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도 바로 FC서울의 우승입니다. FC서울의 가족으로 진심을 다해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습니다. 


나는 뛸 수 있고, 슈팅도 할 수 있고, 볼을 다룰 줄도 알고 있습니다. 네, 물론 브라질의 호나우디뉴만큼은 아니지만 할 수 있습니다. 90분 내내 모든 체력을 다해 뛰는 한국 선수들이 가끔 중요하지도 않은 순간에도 나를 강하게 수비하지만, 나는 기다릴 것입니다. 그들이 지칠 타이밍을 노리며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고 뛰다 보면 골도 넣을 수 있겠죠. 그러다 보면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목표는 나, 그리고 내 팀 FC서울의 본 모습을 보이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3월 9일, 난 FC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나를 지켜보는 FC서울 팬들을 만나게 되겠죠. 작년엔 아쉽게도 무승부가 많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골만 넣는다면 결코 지지 않는 팀이라는 것이겠죠. 적어도 FC서울은 내가 보는 한 이길 줄 아는 팀입니다.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잘한다 말하는 팀도 결국 우리에게 지게 될 겁니다. 저는 그것을 확신합니다.


축구는 정말 예측불허입니다. 1분마다 상황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축구라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이겠죠. 그래서 장기적인 목표는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저 길고 길게 말씀 드린 단기목표, FC서울의 우승만 생각하겠습니다. 장기적 목표요?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사진 글 출처=FC서울 공식홈페이지) 
 
/글=공희연 前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前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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