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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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프로덕트 오너를 미니 CEO라고 부른다. 가장 큰 이유는 맡은 제품에 대한 대부분을 책임지고 의사결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중에 언젠가 프로덕트 오너와 팀장의 차이를 한번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나 그런 비교는 구글링을 조금만 해봐도 찾을 수 있어  프로덕트 오너에 대한 또 다른 글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했던 나는 CEO와 미니 CEO의 역할을 비교하고 이 둘이 충돌하면 안 되는 이유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논리를 세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 많은 논란과 지금도 많이 회자가 되고 있는 스포티파이도 스포티파이의 조직 모델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글에서 알 수 있듯 위계적인 조직이 갖는 장점과 수평적인 조직이 갖는 장점은 서로 상충될 때가 많고 서로의 장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 둘의 관계가 완전한 융합이 될 수는 없을 수도 있다. 물론 파타고니아 같이 직원들의 비전 얼라인이 굉장히 잘 맞춰진 경우도 있겠지만 파타고니아도 실상은 내부에서 체험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것이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프로덕트 오너가 뭔데?

프로덕트 오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되도록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던 이전 글이 있으니 프로덕트 오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좋다.

2020/04/14 -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 프로덕트 오너가 뭐하는 사람인데?

 

프로덕트 오너가 뭐하는 사람인데?

얼마 전 우연치 않은 기회에 프로덕트 오너라는 책을 추천 받아 이틀만에 완독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서점에 가면 늘 흔히 보이는 OKR이라던가 애자일 조직, 린 스타트업 등의 도서들은 기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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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프로덕트 오너는 우선순위화, 명확화에 초점을 맞추고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우리 팀의 메이커들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위해 팀원들 앞에서 고객이 되어 피드백을 하기도 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iOS 앱을 개발하며 하나의 문제에 딥 다이브 하다 보니 이 기술의 목적성을 잃거나 불필요한 개인의 테크니컬 챌린지로 전체의 벨로시티를 저하시켰던 경험이 있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얼라인을 맞추는 것 역시 프로덕트 오너가 꼭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시 정리하면 메이커들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을 향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렇다 보니 프로덕트 오너는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같은 임파워먼트라고 해도 모두를 리드하고 마지막 단계까지 점검하는 프로덕트 오너를 이름처럼 한 제품의 책임자로 볼 수 있고 그러한 책임자의 움직임이 마치 작은 스타트업의 CEO와 같기에 미니 CEO라고 부르는 것이다. 

 

근데 갑자기 왜 프로덕트오너가 떴나?

프로덕트 오너는 최근 불과 1~2년 사이에 뜨고 있는 직무가 아니다. 실제로 굉장히 오래된 직무 모델로 쿠팡에서는 2013년 정도부터 활발하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PO는 지금도 많은 곳에서 쓰이지만 쿠팡이 국내에서 최초로 PO를 도입했다는 정보가 있기도 했고 아래의 기사가 2013년 기사이니 아마 2013년 전후로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https://news.appstory.co.kr/interview4280

 

쿠팡 맨하탄팀 김진우 Product Owner

진정한 쇼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쿠팡 맨하탄팀 김진우 Product Owner  최근 미모의 여배우를 광고 모델로 삼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쿠팡. 사실 쿠팡은 광고를 하기 전부터 국내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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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CEO는 왜?

사실 여기서 CEO는 단순히 미니CEO라서 비교하기 위해 끌고 온 대상이 아니다. 개인이 한 부서(트라이브)의 리더로 있을 때 부서의 규모가 커지고 제품의 구조가 더 잘게 나뉘어야 실험의 퍼포먼스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회사에 PO 채용을 요구한 적이 있다. 나와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어떤 방향을 향해 갈지 논의하고 나보다 그 제품에 더 집중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위계적인 조직이자 일하는 방식이 버티컬 했던 조직에서 교차기능 조직의 형태를 내는 것 하나하나가 도전이었기에 나름 별로 큰 챌린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예상과 달리 엄청 유능한 분을 PO로 우리 회사로 모실 수 있게 되었고 영입 후 한 달여간의 적응기간을 두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얼라인을 맞추기 시작했다. 함께 조직을 바꾼다는 꿈과 희망으로 도전하려던 내 의지와 달리 회사에서는 내게 세일즈에 대한 압박을 하기 시작했고 그 압박의 근거는 PO가 왔으니 돈 버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회사가 그동안 성장했던 시간과 일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런 생각에 도달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내가 원하는 나의 커리어와는 다른 요구들에 압박감을 느꼈고, 오히려 함께 하던 PO와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텐션과 목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품소유자라고 불렸던 PO 둘은 서로 다른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완전히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회사의 요구사항들에 지쳐감과 동시에 PO로 성장하고자 했던 내 의지가 완전히 꺾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직 후 이번엔 완전히 반대되는 경험을 하면서 프로덕트 오너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낄 정도였고 더 내 자신이 피폐해지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사업개발이사로 합류한 회사는 버티컬 한 조직 구성을 가졌지만 회사의 문화나 개발 방법 등은 애자일한 독특한 조직이었다. 물론 어느 조직이든 어느 문화든 문제는 있지만 그 단점들을 적절히 극복해가며 성장하고 있었고 BizDev의 사업개발이사로 합류하면서 나는 이전의 회사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답습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실험의 연장선으로 마치 BizDev을 그로스팀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작된 스프린트의 도입과 백로그의 관리들은 세일즈에 집중했던 BizDev 멤버들의 눈을 뜨게 했고 힘들지만 작은 성공과 실험의 결과들을 토대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며 일을 했다. 

 

아무래도 이런 팀이 구성되고 변하다 보니 앞에 닥친 문제들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고 이러한 조직에 엄청난 양의 물이 시장에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과 함께 수요가 늘어나자 BizDev은 이 폭발적인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 와중에 작은 실험들을 통해 흘려보낼 물과 제품의 끝까지 유입시킬 물을 구분하고 더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와중에 영상 편집까지 공부해가며 유튜브로 콘텐츠 마케팅을 집중했고 대표도 합류해서 SNS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AARRR의 지표를 재설정해서 퍼널 분석을 통해 퍼포먼스 최적화를 하며 진행되던 일들은 대부분이 스프린트 기간을 초과하거나 내가 백로그와 스프린트 번다운차트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아직 이런 운영에 익숙지 않은 조직이었기에 리드를 하던 내가 다른 일에 집중하자 얼라인에 맞추기보다 각자 자신의 태스크에 매몰되어 스프린트 한 주기가 허무하게 끝나는 경험까지 이어졌다. 

 

물론 이 경험 자체도 충분히 좋은 교훈을 주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기에 리뷰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스프린트에서 딥 다이브 했던 태스크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향들을 보였고 그것들을 조정하기 위해 엄청난 체력을 써야 하는 경험들이 반대로 내가 PO에만 전념했다면 생기지 않았으려나 의문을 갖기도 했고, 스프린트의 중요성과 팀을 리드하는 PO보다 더 막강한 임파워먼트를 가진 CEO가 우선순위를 모두 바꿔버렸을 때 어떤 상황에 도달하게 되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효율적이며 속도가 빨랐던 조직은 순식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사소한 일에 집중하는 시간도 많아졌고, 의사결정이 미뤄지며 하루 이틀 낭비한 덕에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권한으로 이 일이 잘 처리됐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임을 CEO가 지고 간다는 것 또한 모호하다. 결국 CEO는 그 팀을 두고 다시 자신의 일을 하러 갈 것이고, 다시 습관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말과 함께 또 우리의 이터레이션을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PO에게 책임과 권한이 주는 의미

애자일 조직에서 책임과 권한은 뺄 수 없는 단어이다. CEO가 가장 많은 책임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분산하고 모두가 함께 제품과 조직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고 그 권한을 통해 개인도 성장하는 유기적인 조직 구조를 가져오게끔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의사결정에서 가장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 또한 CEO이다. 그 책임과 권한을 인계하고도 다른 사람의 책임과 권한을 잠시라도 뺏는다면 어느 누구도 그 책임과 권한을 CEO에게 받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CEO의 말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CEO 스스로 그렇게 책임지는 것 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PO를 전면에 두고 메이커들과 함께 성장하는 조직으로 만들려는 상황에서 미니. CEO는 CEO가 이전에 했던 일들을 더 깊이 있게 조절하고 리드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에 의해 책임과 권한을 뺏겼을 때 그 PO는 다른 동료들의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게 설령 처량하게 보는 동정의 눈길이든,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눈길이든... 결국 PO는 책임과 권한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고 CEO와 미니CEO의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은 결국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고 제품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왜냐면 프로덕트 오너는 동료들의 책임과 권한을 이끌어내고 동료들의 성과와 실력을 더 빛나게 함과 동시에 인터럽트들을 제거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인데 그 권한과 책임 모두 이미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PO의 이런 경험을 옆에서 간접 경험하는 다른 PO들도 그러한 상황들을 예견할 것이고 강력한 대주주가 회사의 오너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듯한 느낌에 몸서리치며 회의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PO의 붕괴가 전체 회사의 붕괴를 이끌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

물론 많은 경우가 있기에 늘 PO의 문제는 없고 CEO가 잘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도와야 한다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PO 자신의 역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EO가 제품 성장에 따라 이제는 PO를 영입해야 한다거나 지금의 PO가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면 PO의 역할과 성질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 안에서 PO가 더 성장하고 제품을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CEO의 또 다른 역할이다. 왜냐하면 다른 DRI와 다르게 PO는 임원진, 경영진과 메이커들 사이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PO의 핵심 원동력은 메이커들의 지지와 협조 만이 아니라 임원진과 경영진의 신뢰와 지지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하면서 PO와 호흡을 맞추는 거나 회사와 제품의 미래 방향에 대한 얼라인을 맞추는 것에 집중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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