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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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IT업계의 변화가 빠르기도 하고, 조직마다 포지션과 하는 일의 정의가 서로 상이하다. 그러다보니 PO는 어떤 도구를 쓰고 뭘 해야한다. 와 같은 정말 말도 안되는 정의가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성공을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직군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서로의 접근 방식이 다르고 책임과 권한도 모두 다른데 어떻게 고작 도구나 방법론 따위로 그 포지션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을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iOS 개발자도 xcode가 아닌 VS Code를 쓸 수 있는데..

 

그러던 중 비슷한 카테고리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와 같은 자신의 전문 기술을 가진 분야와 다르게 기획 직군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글이 있었는데 정말 하나만 보고 세상의 모든 하나를 정의하는 글이었다. 요지는 결과적으로 전문기술은 평가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였고 수요도 계속 발생한다는 의미였는데, 참 안타까운 점은 평가 가능한 전문기술과 측정 가능한 수준의 기술만 갖춘 사람이면 누구여도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의미처럼 극단적이다. 최근에는 전 직군에 걸쳐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소프트 스킬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기술만 있으면 다른 포지션을 무시하고 독성발언을 해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던 건 언제적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비슷한 논리와 궤를 가진 글이라니 소름 돋을 수 밖에 없었다.

 

2020.04.03 - [스타트업] - 엔지니어의 독성 말투와 네거티브 스탠스에 대하여

 

엔지니어의 독성 말투와 네거티브 스탠스에 대하여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내가 일을 하던 조직은 머신러닝에 deep-dive 하는 일이 많았고 아무래도 자주 쓰이는 용어와 단어의 차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협업 하는 사람과의 마찰이 우려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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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필요없다던 많은 스타트업이 규모가 커지고 유저의 요구사항이 늘어나자 백로그를 관리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의사결정에 들어가는 낭비를 줄이고 각자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No user no tech 와 같은 맥락에서 제품 사용자의 목소리를 더 전달해주고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해지고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데 정말 작은 조직이면 기획이라는 일이 필요 없을까?

지금 기획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을 표현하는 가장 많은 말 중 하나가 '잡부', '잡일' 따위의 것들이다. 보잘 것 없고 하찮다고 느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진흙탕을 구르고 퍼실리테이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격한 겸손의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창업을 하더라도 누군가의 허슬링이 없이는 자본의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작은 조직에서 서로 나누든 누군가가 대리로 하든 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허슬링이라는 개념을 무한히 확장하면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더라도 경험을 살릴 수 있다보니 닷컴버블 때의 PM 분들 중에는 자동차 딜러부터 IT업계 고위 C레벨까지 다양하게 퍼져있다. 결코 기획이 필요없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그 글이 말미에 가보니 엔지니어에게 더 기술을 연마하고 민감해져서 기술력을 갖추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듯 했지만 다른 포지션을 언급하고 마치 다 아는 듯 섣부른 비교를 하며 우리와 너네로 은연 중에 직군 편가르기는 전체의 글의 퀄리티를 한껏 저질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교차기능조직에서 한 팀이 되어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는 동료와 일을 해보았으면 포지션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았을텐데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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