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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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한 사내 채용 관리 시스템 HERP가 50억 가량의 시리즈 A 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스템은 사내 채용 관리 시스템이 서비스화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API로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사 담당자의 어려움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일단 이 회사는 25명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7년에 설립했다. 자본금은 2,500만 엔으로 2억 8천만 원 정도이다. 일부에서는 AI 채용 플랫폼이라고 홍보가 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번역기로 해석해가며 본 자료에서는 어느 부분에 AI의 어떤 기술이 응용되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사실 나도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라 관심 있게 봤는데 딱히 찾을 수는 없었고, 제공한다면 아무래도 국내 원티드에서 제공하는 'AI가 예측한 연락 올 확률' 정도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지원자들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지원자들에게 서류 합격을 위해 어느 부분을 더 다듬어라, 어떤 활동을 해라 등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기업에게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서류 전형을 사전에 실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HERP ATS 로고

어쨌든 이 HERP는 HERP ATS를 축으로 채용 전문가를 위한 SaaS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의 여러 직업 매체인 Find Job이나 Scouter, SmartHR 등과 API로 연계되어 채용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는 인재 채용에 있어 채용 전문가가 갖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들도 실제 채용되어 협업을 하게 될 이들과 스크럼을 진행하고 함께 구성원을 선발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연히 Slack 알림도 연동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조금 더 맞게 설명하면 이 시스템은 잡코리아, 사람인, 원티드 등과 연계되어 지원자가 공고에 지원하면 사내 채용 관리자는 사내 관리 시스템 화면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어 면접 일정 관리, 면접장 관리는 물론이고 실무자들과 면접 일정을 조율한다거나 서류 전형의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등 오프라인 상에서 채용 관리자가 사내에서도 어렵게 부탁하고 확인해야 했던 작업들을 일괄적으로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이 강하게 어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HERP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어떤 서비스이냐도 있겠지만 '어떻게'도 중요하다.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이런 B2B 서비스이면서 API로 연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SaaS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차라리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내에 구축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쏟아져 나온다. 타 기업에 의존성이 높아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표현하지만 내 것이어야 내 성과라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HERP는 2017년 설립되어 불과 2년만에 시리즈 A에서 50억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케이스가 많지만 이런 B2B 서비스에 심지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고 기업들이 왜 쓰냐고 의구심이 드는 서비스에 이렇게 가치를 인정해주고 더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은 전체 경제가 성공 가능성과 그 서비스의 가치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른 것은 아닐지 의구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B2C냐 SI업체냐로 나뉘는 지금 국내 IT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지금과 같은 생태계는 결국 다시 불균형을 이끌 것이고 반대로 기업들은 바보같이 구축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면서 상호 간의 불필요한 인건비를 늘리고 월급루팡만 늘어나는 악순환을 이끌 것이다. 

 

냉정히 우리 국내 산업을 살펴보자. 개발자들은 Stack Overflow에 모이고 Github에서 서로 리포를 공유하고 PR을 날려가며 공동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를 넘어 Sketch App Source 같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Product Manager들도 자신들의 업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관점'이라는 말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다른 사례들도 여럿 발견하자면 할 수 있겠지만 Elastic Search는 오픈 소스로 기여된 것들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무료 공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독보적인 검색 엔진 1위가 된 비결은 생태계에 어떤 게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고 이러한 발전을 거듭하던 기술은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승리하고 있다. 물론 ReactiveX도 그러했고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사실 정말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우리 산업의 파이를 더 키우고 지금 우리에게 수익성을 확보해줄지 계산기를 두들겨 볼 필요가 있다. 난 아무리 계산해도 M/M 기준으로 산출되는 '용역'과 일이 없음에도 지불되지만 업데이트는 어려운 '유지보수'보다 이런 B2B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 훨씬 저렴하고 멋지고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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