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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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 커리어의 대부분은 B2B에 집중되어 있다. B2C의 막대한 트래픽과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들을 경험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보니 B2C도 경험했고 B2B도 경험했다. 양면시장은 어느 한쪽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냐는 결정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근데 B2C에 대해서는 알려진 지표들도 많고 성장하는 성공 방정식 등이 많은데 B2B SaaS로 넘어오면 지표 탐색부터 쉽지 않다. 제품 지표를 넘어 비즈니스 지표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눈이 트이는 것들이 많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ICONIQ이라는 실리콘밸리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회사의 지표들을 종합하여 리포트를 출간한 것을 보게 되었다. (https://www.iconiqcapital.com/growth/insights) 엄밀히 보면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주요 지표가 비즈니스의 성공 지표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춰본 보고서에는 확실히 좋은 지표들이 담겨 있었다. 아직 매출액이 높지 않은 우리 회사의 경우 네가지 지표로 좁혀졌다.

 

  • YoY ARR Growth : (EOP ARR - prior year EOP ARR) / prior year EOP ARR
  • Net Dollar Retention : (BOP ARR + expansion ARR - gross churn ARR) / BOP ARR
  • Net Magic Number : Current Q net new ARR / prior Q S&M OpEx
  • ARR per FTE : EOP ARR / EOP FTEs

 

조금 생소했던 EOP와 BOP는 End of period와 Begining of period 인 듯 하다. 근데 기간의 시작과 끝을 구분해서 입력하고 있지 않아서 BOP의 경우 전년도의 마지막 값을 기준으로 하고 EOP의 경우 올해의 값을 기준으로 하는 편이 쉬웠다. 이렇게 뽑으려다 보니 가장 막혔던 부분이 S&M OpEx인데 대부분의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구독형이 아니기 때문에 산출이 어렵기도 했지만 세일즈와 마케팅 비용을 제대로 뜯어서 메모해둔게 구독형 제품을 출시한 6월부터라서 한해를 다 보기엔 너무 많은 일이 수반된다고 생각되어 진행하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 계산을 거듭할 수록 비즈니스 지표의 불안정성은 굉장히 높았다. 지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는 위험하다는 의미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투자의 관점에서는 위험성이 짙을 수 밖에 없다. ARR을 보는 이유는 다음의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하는지를 보는 숫자이고 이게 어떤 가파르기로 성장하는지는 투자의 속도를 어떻게 할 지 결정해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구매보다 한 건의 대형 계약에 집중했던 세일즈는 확실히 투자하기 꺼려지는 지표들로 나타났다. 그나마 높았던 해에는 엔터프라이즈 고객이 계약을 나누어 진행한 덕에 재구매가 여러 차례 끊어져 나타났던 덕이었다. 예를 들어 NDR은 5%, 8천%, 30% 로 널뛰기 했고 성장률은 -90%, 7000%, -80% 처럼 널뛰기 했다.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라서 놀랍지만도 않았다. 문득 궁금했던 것은 B2B 고객의 매출액을 기반으로 Carrying Capacity를 뽑았던 지표다. 지금 회사에서는 이걸 매출 목표를 설정하는 프레임워크로 활용하고 있는데 매출액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널뛰기의 폭이 훨씬 적었다. ARR을 기반으로 뽑으면 ARR 목표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뽑아보았더니 마찬가지로 낙차폭이 좀 있지만 이 시장에서 반복구매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다.

 

지금 회사의 B2B 매출은 대부분 단일 용역 계약의 형태를 띄고 있다. 거기서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대부분이고 구독을 할 수 있도록 챌린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구매 형태는 건바이건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시장의 변화를 줄 수 있겠다는 믿음도 있지만 반대로 용역의 함정에 빠져 더 혁신을 만들고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것을 못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하다. 돈을 버는게 무엇이 문제냐, 생존이 중요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가끔 보면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 시장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눈 앞의 고객의 RFP인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 이미 회사에서도 인지하고 있고 중요한 부분임을 알지만 어쩔 수 없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기에 그리고 나는 PO이니까 어떻게든 빠르게 가설을 검증해서 성공을 향한 길을 뚫어내어야 한다.

 

휴일에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슬랙에 분석한 결과와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문제를 주지시키고 해야 함을 강조하는 챌린지보다 서둘러 길을 찾는 행동을 하고 그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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