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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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로 OKR 셋업이 있고, 오늘 타운홀 미팅에서 리더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OKR을 세팅하고 나면 리더들이 모여서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데 생각보다 어떤 정량적 지표를 핵심 결과로 제시할 지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았고 원하는 지표를 설정하는 데까지 제품이나 비즈니스의 어떤 지표를 선택하고 어떤 식으로 뽑을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선에서 도왔다. 물론 도움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고민의 결론을 짓고 싶어하는 리더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공백인 상태로 OKR이 발표됐다. 근데 가만보니 이전의 KR에 대한 리뷰도 데이터는 모두 빠진 감상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발표를 끝까지 경청한 뒤 몇번을 소화해보고 결국 질문을 던졌다.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알겠어요.
근데 기대가 무엇이었고 결과가 정량적으로 어땠는지 어떤 레슨런이 있었는지도 알고 싶어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시 돌고 돌았다.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해서 "~인 것 같다." 로 마무리 되는 대답이었다. 물론 정성적인 목표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 일에 두근거림을 느끼는 건 숫자가 아니라 마음을 동하게 하는 무엇이어야 하니까. 근데 OKR을 리뷰하고 다음 OKR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자리에서 정량적인걸 모두 제외해버리면 우린 무엇을 학습하고 다음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어떤 지표에 대한 인과관계까지 따지자는게 아니라 그냥 상관관계만 있어도 좋다. 우린 as-is, to-be를 알고 싶고, 그걸 가장 확실하고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데이터 뿐이다. 그 외의 어떤 추정과 가설들도 결국 결과를 제시할 수 없다면 느낌만 남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데이터로 하자는게 아니다. 데이터 이전에 상위에 있는 모든 가설과 비전은 정성적인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효율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데이터를 뺄 수 없다. 측정 불가한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냥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꼭 지표가 있어야 하나요?"

 

애초에 공격하려던 질문이 아니었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팀원이 물었다. 이 질문 하나로 OKR의 어디에서부터 다시 설명해야 할 지 말문이 막혔다. 그 팀원은 데이터, 지표, 숫자 만 나오면 늘 누구에게나 과민반응 하던 분이다. 그가 틀렸냐고 물으면 절대 틀리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데이터로만 검증 가능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피곤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결국 피곤하지 않는다고 말만 하면 끝나는 일이라면 그냥 그 사용자에게 가서 카페인 음료를 주는게 낫지 않나? 그래서 KR은 사용자가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부터 시작하게 된다. 측정을 하는 이유는 피곤함을 정말 덜어주는 제품을 만들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득하는게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 한마디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모든 질문을 포기했다. 애초에 여기서부터도 나와 생각이 많이 달랐다. 나는 내부에서 동료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지금 이런 자리는 누가 누구를 평가하고 설득하는 자리가 아닌 더 잘 하기 위해서 피드백을 얻는 자리,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금 이 순간, 이 페이지가 내가 실패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질문은 지표가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었고, 없다면 어떤 것으로 우리가 효과적인 것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그 고민이 하기 싫어서 나를 설득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지금 없는 지표를 무시하고 정성적인걸 바라보라는 설득을 하는지 모르겠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이 없는데 무엇을 레슨런한단 말인가? 실패가 두려워 실패에 대한 기준이 없었으니 실패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일전에 모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사과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나의 모든 Reputation이 무너진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근데 그 잘못을 인정하는게 별게 아닌, 다른 쌓인 것들이 많은 사람들은 사과도 쉽다. 그게 내겐 아무것도 아니고 배워서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물론 이 이벤트가 사과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의 모습은 어떤지 고민의 답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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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사과하라 - YES24

존경과 신뢰의 언어 `사과`‘사과’의 숨겨진 힘에 주목해 ‘쿨한 사과’의 놀라운 힘과 과학적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책 『쿨cool하게 사과하라』. 실수와 잘못 앞에 사과를 해야 하는 당위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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