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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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 웹 이력서와 PDF 파일을 열어 업데이트를 했다. 이직에 대한 고민이나 그런걸 넘어 늘 8~9월이면 해왔던 습관이다. 올해의 이력서 정리는 뭘 써야 할 지 고민하던 사회초년생때보다 더 고민이 많았다. 내가 실패한 경험과 성공한 경험을 1년치를 다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큼 결과를 받는 속도가 빨라졌고, 사소한 실패 끝에 성공한 경우도 있고 사소한 성공들이 모였지만 결국 실패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진행 중인 집착에 가까우리만큼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고 있는 일들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고민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일이 남지 않았을 때를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데 정말 간절하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되니 끝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어 실패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고민이 끝나갈 즈음 분기가 끝나고 각 팀의 OKR 리뷰가 시작됐다. DB에 쿼리 날리고 대시보드를 업데이트하고, 비즈니스 지표들을 수정하고 변경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데이터들을 보고 싶어하는 팀이 늘어났다. 내 제품도 다시 처음부터 PMF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아쉬운 대로 직접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광고를 돌려야 실험이 가능했었고, 직접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야 했다. 영상을 제작하고 노션과 우피를 이용해서 간단한 웹페이지를 띄우고 페이스북 광고를 돌리는 나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얼리스테이지의 PO니까.. 성공을 향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라고 당연시 여겼을텐데 PO의 업무 정의가 점점 모호해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물론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전문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수월하게 해주는 것은 맞다. 근데 이런 일들을 전부 이력서에 표기하고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장 높은 책임감을 갖고 있기에 따르는 이런 무수히 많은 일들을 이력서의 몇 마디 말이나 하나의 패러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갖다보니 나도 누군가의 이력서를 보게 된다면 고민을 많이 하게 될 듯 하다. 문장 하나하나 커리어의 날짜까지 모두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생각해야 하고, 여기서 표현하지 못한 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알려고 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그럼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했었는지 궁금하게 만들면 되는데, 나는 어떤 이력서에서 그런 걸 느꼈었는지 돌아보니 딱 한 명 떠오른다. 유명한 V사의 co-founder / product owner 라고만 표기된 이력서였다. 결국 단 한줄로 모든걸 함축한다. 커리어란 그런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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