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Published 2022. 4. 14. 11:34
오미크론 확진 후기 잡념과 생각

아직 ~ing인 상태이지만 오미크론 후기를 타임라인 형태로 남겨본다.

 

3월 셋째주

정확한 날짜까진 모르겠다. 와이프가 잔기침을 했었고 자가진단 키트로 총 4회 정도 일정 간격을 두고 검사를 시행했다.

계속 음성이 나왔는데, 내가 조금 깊게 넣는 편이기도 하고 사진으로 찍어서 대비, 노출을 조절해서 보고 있어서 아마 음성이 맞았을 것이다.

 

4월 2일

첫째와 둘째 봄 옷이 없어서 아울렛에 방문하여 옷을 조금 사왔다.

 

4월 3일

양재천에 벚꽃이 피기 시작해서 아이들은 웨건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보게끔 하고 산책을 다녀왔다.

 

4월 4일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매주 월요일 아이 자가진단 결과를 사진으로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선제적으로 컨디션이 안좋은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 추가로 같이 해본다. 이 날은 와이프가 2주 정도 잔기침을 했어서 같이 시행했다. 역시나 음성이 나왔다.

 

4월 5일

와이프 기침이 너무 오래 가는 듯 해서 약이라도 좀 먹자고 했다. 첫째 딸 친구 약사 엄마가 기침약을 보내주고 와이프도 약을 좀 사와서 먹으니 괜찮아지는 듯 하다고 한다. 

 

4월 6일

와이프 컨디션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벚꽃도 만개했으니 옷 단단하게 입고 양재천 벚꽃 구경을 하고 왔다.

이 날 둘째도 어린이집에서 소풍으로 양재시민의숲 근처 공원에 갔다.

 

4월 7일

와이프 기침의 빈도는 줄었는데 한번 할 때 힘들어 했다.

 

4월 8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마 이날 인가 싶다. 둘째가 코가 아프다고 했다. 가끔 코딱지만 있어도 아프다고 하기도 하고 언니랑 놀다가 그랬을 수도 있어서 다시 몇번 물어보고 씻기고 나서 코를 닦아주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넘어갔다.

첫째가 엄마와 자고 싶다며 안방으로 가버려서 둘째와 둘이 잤다.

 

4월 9일

첫째와 둘째 자연체험 수업을 예약해둔게 있어서 방문했는데 둘째가 갑자기 들어가기 싫다며 울어서 따로 데리고 나와서 놀아주었다. 재밌게 잘 놀긴 했지만 낮잠을 못자서 피곤해서 짜증내나보다 했다. 데리고 와서 씻기는데 이 날도 내가 씻겼다. 이날 코가 아프다고 했던 건지 헷갈린다. (다음부턴 아빠인 나도 꼭 육아일기를 써야겠다.)

이 날도 첫째는 엄마랑 자고 싶다며 안방에서 자고 나는 둘째와 잤다.

 

4월 10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둘째가 사라지고 없어서 침구 정리하고 거실로 나가려고 하니 안방에서 둘째가 뛰어나왔다. 그냥 엄마한테 갔나보다 하고 소파에 앉아서 안아주는데 미열이 좀 있는 듯 했다. 아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혹은 피곤하면 조금씩 열감이 있는 편이라고 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체온계를 가지고 나와서 15분 주기로 열을 쟀다. 얼마전 코가 아프다고 했던 것과 아이가 사람들을 피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이거 이상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와이프한테 카톡을 보내고 격리하자고 했다. 근데 일요일 아침에 갑자기 투숙할 만한 곳도 없었고 본가와 처가 모두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다가 와이프 컨디션이 안좋았던걸 떠올리니 좋은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가족 모두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다. 와이프와 둘째는 양성, 나와 첫째는 음성이 나왔다.

 

이미 시간이 지체되어 병원도 연 곳이 없었고, 다른 아이들 처방 내용과 치료 방법들을 살펴보니 결국 고열 관리가 우선인 듯 해서 38도에 근접하면 해열제 먹여서 열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근데 난감했던게 와이프도 컨디션이 안좋고 첫째와 둘째를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나와 첫째가 격리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일단 음성이고 증상이 없는 상태이니 둘째 열관리 해주면서 격리된 첫째를 봐주기 시작했다. 무슨 의미인가 싶으면서도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덜 후회스러울 거라고 판단했다. 첫째와 내가 안방에서 자고 둘째는 와이프랑 아이 방에서 자기로 했다. 둘째가 다 마스크 쓰고 본인을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에 속상해했다. 화장실도 완전하게 격리하기 시작했다.

 

4월 11일

오전에 병원 문 열자마자 둘째와 와이프를 데리고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했다. 역시나 양성, 둘은 다음주 일요일까지 격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약 처방 받아서 돌아왔다. 나는 아침에 자가진단키트를 했는데도 음성이 나왔기에 일단 검사에서 보류했다. 와이프는 오히려 컨디션이 나아지고 있다곤 하는데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자책하지 말라고 계속 이야기 해주었다. 사실 어지간한 지인들도 혀를 찰 정도로 조심했는데도 걸렸다는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것이니까 너무 그러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와이프가 먼저라는 증거도 없었다. 그냥 증상이 먼저 나왔을 뿐이다.

 

4월 12일

새벽에 잠에서 깼다. 심란하기도 한데 온 집의 환기 시스템을 켜놔서 그런건지 목이 살짝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불 뒤집어쓰고 첫째 등지고 잠을 청했다. 근데 역시나 느낌이 아닌 것 같아서 새벽 네시에 일어나 거실로 나와서 마스크를 썼다. 가장 먼저 증상이 있었다는 이유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와이프가 눈에 걸려 최대한 늦게 증상이 생겼다는걸 말해야지 했다. 자가키트 했더니 음성이다. 이상하니 몇번을 찔렀는데 음성이다. 그냥 공기가 차면 늘 목이 간질거리는 느낌인 편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도 조심하자는 생각에 첫째와도 슬쩍 멀리하기 시작했고 아침에 내 세면도구들도 양성이 나왔던 가족들이 사용하는 화장실로 옮겼다. (양성 나오기 전까진 안 씻으면 되니까)

 

저녁 늦게 업무를 마치고 첫째와 공부하는데 갑자기 쎄해지는 걸 느꼈다. 첫째랑 완전히 격리하기로 하고 자가진단 키트 결과와 무관하게 난 양성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다음날 3일째 되는 날이니 첫째와 함께 자가진단 키트를 하기로 하고 첫째는 잘 환기된 안방에서 재우고 나머지 가족들은 모여서 잤다. 23시에 스쿼트 하는 꿈을 꾸다가 깼다. 대퇴근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4월 13일

새벽 1시에 깼다. 컨디션이 분명 안좋고 몸이 뜨거워져서 체온을 재보니 37.8~39도를 오간다. 일단 회사 휴가를 내놓고, 백신 맞았을 때처럼 타이레놀 먹고 잠을 청했다. 새벽 4시에 깨어 밖으로 나왔다. 누워있는 것도 힘들고 서있는 것도 힘들었다. 8시 50분 집을 나설 준비를 하고 첫째와 함께 병원에 갔다. 나는 양성, 첫째는 음성이 나왔다. 의사도 이상하다 싶어 몇번을 다시 봤지만 첫째는 음성이었다. (이때는 차라리 양성에 무증상이면 좋겠다 는 생각도 했다.) 약빨이 떨어지자 바로 아파왔다. 의사도 아이랑 신나게 노는 내 모습에 무증상 확진자라고 생각하던데 그냥 내 몸이 약에게 지배당하고 있었을 뿐이다. 두통과 고열로 앓기 시작했고 이제는 괜찮아진 둘째와 와이프에게 첫째 케어를 맡기고 쓰러졌다. 

 

 

그냥 안아플 수 있으면 안아픈게 최고다. 여태껏 경험해본 중에 내 삶에서 가장 아팠다. 네살짜리 둘째가 이만큼 아픈 걸 견뎠다는 속상함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병원에서 내게 왜 둘째와 멀리 거리 유지 하지 않았냐는 일곱살짜리 첫째의 질책 아닌 질책에 우리 첫째가 똑같이 아팠어도, 아빠가 아플 수 있어도 아빤 첫째 옆에 딱 붙어있을 거야, 둘째에게도 그래서 그랬다고 했다. 너무 아프다는 걸 경험했지만 아마 모든 부모가 같은 선택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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