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머리부터 발 끝까지, 업무를 하는 모든 것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삶 자체도 올곧은 사람으로 사는 것을 추구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무결함에 가까운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나의 단점이나 허술한 지점이 노출되는 것에 극도로 예민했고,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할 만큼 스스로에게 매정했던 적이 있다. 결국 쌓이고 쌓이니 극단적인 번아웃 증상까지 나타났다. 매번 좋은 프로덕트 오너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지식을 쌓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몇번의 이직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조직을 경험하다보니 생각의 틀이 많이 깨지기 시작했다. 결국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인데 나는 그들 눈에 로봇처럼 보였고, 존경보다는 불편함이 어울리고 롤모델 보다는 그 삶 자체가 이질감까지 느껴지는 삶을 추구하고 살았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결국 PO는 동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더 뽐낼 수 있도록 촉진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좋은 타이밍에 시장에 딜리버리 하고 다시 피드백을 듣는 전주기를 헤쳐나가는 리더인데 불과 2년 전의 나는 맨파워로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는 강박증이 있었던 것도 같다. 물론 당시의 조직 문화 영향도 컸다. 수평적이기 보다는 위계적이었던 곳에서 피라미드의 상단에 있는 사람이 그 아래 단계의 한사람을 관리하는, 그래서 너무나 쉽게 '난 너만 조지면 돼' 라고 말하던 곳이었으니 사람을 중요하게 여겼던 내게 엄청난 중압감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버티다 못해 이직을 하고 몇년이 지나니 나의 관리 하에 있던 동료보다 나를 관리하던 사람이나 나와 함께 관리 당하던 사람들과 지금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마음은 편안한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울타리 안에서 추구했던 철학과 다름에도 조직이라는 우물을 못 벗어나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니 당연하겠지만, 결국 조직을 바꿀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끝내 포기해버린.. 그래서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들 마저 함께 놓아버렸으니 그들에겐 내가 정말 좋은 리더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 그게 정말 문화와 조직의 탓인지 확신할 수 없다. 결국 모든 행동의 의사결정은 내가 했고, 실행도 결국 내가 해왔으니 히틀러의 명령으로 움직였더라도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진 않다. 분명히 내가 부족하고 아는 것을 푸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 더 알려고 노력할 때, 그런 나의 마인드셋이 단순하게 동료들에게 표현되고 그런 행동을 할 때의 동료들은 여전히 기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걸로 하나를 더 배웠고, 나의 부족한 부분에 맞설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나도 분명히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고 증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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