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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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쩌면 이건 실패에 대한 기록이라는 설명으로 예고편이 등장했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목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증팀의 어려움을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적이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힘든 역경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실패의 언저리에서 어떻게 그릿(GRIT)할 수 있었을까 등 많은 생각이 오가고 궁금증이 일어났다. 

Toss - THE TEaM 썸네일

이 영상이 내게 더 의미있고 공감을 많이 일으켰던 이유는 아마 한없이 고민하고 실패 속에서 낙담하지 않고 어떻게든 팀의 위닝 멘탈리티를 만들어내고 정렬을 찾아내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치가 떨릴 만큼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PO의 불멍 장면이었지 않았을까? 잠시 딴 생각을 하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고 양심적이지 못하다고 느낄만큼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단 한사람, 어쩌면 그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 영상이 대규모 채용 시기와 겹쳐 어떤 이펙트를 낼 수 있을까? 답답한 조직 문화에서 최대한 움추리고 일을 하고 있는 숨은 진주들에게 구성원들 간의 솔직함, 성공을 위한 공통된 고민과 열정적으로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토스로 오라는 메세지를 던지기 위함일까?

너 혼자는 아니야

 

조직의 규모가 작아서일까? 나는 스타트업에서 성장하며 스트리트 스마터가 되고 싶었다. 몇일만 돌아보더라도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제품을 세일즈하러 혼자 버스를 타고 고객사 미팅에 다녀왔다. 그리고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 다른 회사에서는 옥외광고가 잘 보여지는지 데모 확인하고 영상과 사진을 찍어왔다. 이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나와 함께 주말까지 불살라야 했던 디자이너가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높은 수준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나의 역할이었기에 디자이너가 처음 해보는 일이 고객에겐 수준 높은 결과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3일이었지만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분기에 한번씩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발표할 OKR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BA나 DA가 없다보니 직접 만들어두었던 구글 시트와 이와 연동된 데이터스튜디오를 오가며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고, 실시간의 데이터가 필요할 땐 직접 쿼리를 수정해가며 데이터를 뽑고 있었다. 이와중에 다른 리더들은 내게 각자의 데이터 분석을 요청했고, 고민을 털어놓고 힌트를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페이크 광고가 승인됐다는 메타의 이메일을 받은지 한시간이 됐다는 걸 떠올리고 광고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 퍼포먼스를 측정했다. CTR 4.5% 객단가는 높지만 고객의 수가 적은 시점에서 나는 이 광고를 통해 고객사 하나가 아닌 고객사 소속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할 실무자들의 불편함을 찾으려고 했다. 어제 켜둔 광고도 CTR이 3%를 넘었다. 어떤 인구통계의 사람들에게 반응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실제 전환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확인해야 했다. GA도 보고 랜딩페이지에 달아둔 이벤트 기록도 확인했다. 최근에는 GA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해외 판례들이 많아서 내부에서 그냥 API 로그를 보거나 직접 테이블을 하나 만들어 거기에서 확인하고 있다. 과도기에 있어서 테이블에 연동하지 않은 이벤트는 GA에서 확인해야 했다. 오전에 만나고 왔던 고객사에서 들어와서 제품을 사용해보고 나간 이력 외에는 광고 유입은 없다. 회사 메일로 가입해야만 하는 것이 문제일까? 

 

메일도 보내보고 찾아가보기도 하고, 이 제품에 전력을 다할 수 없는 회사의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0 to 1의 과정을 온전히 내게 다 맡겨놓고 세일즈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꼈지만 좌절감을 느끼고 머리를 쥐어 뜯는 것조차 내겐 여러 의미로 사치였다. 시간도 탈모가 온 내 머리에도.. 그리고 이 영상이 올라온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어폰을 귀에 꼽고 아이패드 커버를 열었다. 지금까지 토스에서 올라왔던 영상들 모두 저세상 텐션의 사람들이 모여서 다른 세상 이야기를 하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이야기 같았기에 기대하는 만큼 기대하지 않기도 했다. 예고편에서 봤던 장면들이 지나가고 내겐 그 어떤 영화나 영상보다 충격적이었다. PO라고 소개하면 PO무새라고 불리우는 요즘의 시대에서, PO는 그냥 회사가 모든 잡일을 다 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소리들 속에서 내가 그럼에도 믿고 가장 효율적이고 옳은 직무라고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프로덕트 오너란

 

PO란 무엇일까?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하기를 반복하는 사람, 점점 규모가 커질 수록 더 많은 동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실패에 대한 내성이 생길지언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도전하는 GRIT도 필요하다. 물론 이 두가지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인 것들은 무수히 많다. 이를테면 모두가 신뢰하고 의사결정을 지지해줄 만한 백그라운드를 지녔든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주든, 서로를 돕고 부족할지언정 함께 성장하고 학습하는 모습으로 신뢰자산을 쌓아 팀웍을 만들어내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럼 실패와 성공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전체 팀이 가지고 있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어느정도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느냐, 그게 앞으로 우리의 또 다른 성공과 성장을 이끌 레버리지가 되느냐, 그럼 최소한 어느정도는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을 수없이 반복하고 시뮬레이션 하면서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 작은 성공을 만들고, 그 성공 경험을 통해 큰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PO는 데이터와 붙어지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데이터 밖에 없으니까...

 

작동하는 SW를 세상에 내놓고 그게 제품이 되어 고객의 지갑이 열리게 하는 데까지 제품이 돌고 돌아 무수히 많은 장벽을 만나고 있고 이 벽의 뒷편에 예상치 못한 낭떠러지가 있던 경험도 많다. 여기서 이건 더이상 작동할 수 없으니 멈추자 말자를 결정하는 것도 PO의 몫이 될 수 있다. 성공을 향한 열망과는 다르게 어떤 가설도 더이상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때, 이 가설은 실패한다. 지금의 내 경험이 그러하다. 추측과 가설만이 난무하던 내부의 목소리를 모으고 모아 그 가설들을 검증할 수 있는 순서를 만들고, 그 순서에 따라 최소 기능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내부의 대부분의 가설들이 실패했지만 제품이 있으니 새로운 가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활로를 찾기 위해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다시 한번 검증을 하며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게 PO는 그런 사람이다. 동료에겐 가장 도전적인 사람, 그 도전을 위해 설득하는 사람, 설득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 공부 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 시장에 가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사람,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

 

왜 THE TEaM에서 알파(a)로 표기했을까?

 

맨 처음 시작이라서? 일하는 이야기는 그동안에도 많지 않았나? 실패에 대한 첫번째 기록이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사실 실패보단 어려움이 강조되었던 영상이지 않나? 아마 이건 그런 의미로 접근하진 않았을 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팀 속에 있는 숨겨진 이야기 미지수(a)를 의미했던 걸까? 팀은 개인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개인들의 생각과 고민들은 이야기(표현)하기 전까지는 숨겨진 상태이다. 이 영상에서는 그것들이 표현되었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인터뷰나 개인의 말이 아닌 실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 모습도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숨겨진 것처럼 보여졌는데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 모든 팀에 대한 미지수였던 것들을 공개했다는 의미였을까? 아마 이게 내겐 더 와닿는다.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었고 충분히 내겐 임팩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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