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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독서를 즐기기 시작하니 다시 나도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무실 모니터 아래 독서대를 놓고 한두줄씩 읽던 독서 습관에 정말 수년만의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난 늘 반대로 독서했었다. 간접 경험이라도 많아야 할 사회초년생때는 자기계발서를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불편해했고, 정작 경험과 세계관을 더 넓게 가져야 할 성장기에 결핍을 느끼고 다른 기업의 수장들이나 기업들의 도서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오랜만에 문학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무실 독서대를 거쳐간 도서들은 한두줄 다시 읽어도 괜찮은, 그래서 두세번 정독한 느낌을 주어도 좋은 도서들을 세워두고 있다. 너무 재밌고 도서 자체의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아 집에 들고 와서 하루만에 완독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올려놓은 책은 두껍기도 두껍고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아서 더 오래 걸리고 있다. 그냥 그 책은 그 책대로 두고 집에서는 다른 책을 읽기를 반복하다 보니 카페 같은 곳이든 어디서든 책을 신경쓰고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읽고 싶었다. 그러던 중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북리더기로 스탠드까지 세워두고 읽는 사람이 보였다. 리모컨으로 쓱쓱 넘기는데, 옛날에 사놓고 몇 번 쓰지도 못하고 팔아버린 내 과거의 이북리더기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저거다!’
집에 가서 내게 가장 알맞은게 무엇일까 찾고 또 찾기 시작했다. 찾고 또 찾던 즁 오닉스 북스 팔마를 만났다. 도서관 앱을 주로 쓰는 내게 딱 맞았는데 휴대폰 사이즈가 과연 내게 이질감이 전혀 없을까가 고민이었다. 주로 폰으로 일을 하고 뉴스 기사나 기술쪽 연구 자료도 읽기에 더 나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을지 자신이 없었다. 책 넘기는 맛이 사라지는데 내가 과연 읽을까? 그럴 땐 비슷한 걸로 빠르게 시뮬레이션 해봐야 한다는 행동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아이폰13 프로로 도서관 앱으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한 권, 두 권...
생각보다 책은 잘 읽혔다. 확실히 눈이 더 피로했지만 결과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제 팔마가 기대만큼의 성능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실물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예약 구매도 쉽지 않아서 그냥 잠정적으로 보류했다. 그렇게 관심 상품 등록해두기 위해 찾아보던 중 팔마2의 출시 소식을 알게 되었다. 기왕이면 OS는 최신을 써야 주 사용 어플의 지원 종료가 다가올 때를 더 미룰 수 있다는 생각에 팔마2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예약 구매를 해야 한다고 들었고, 1차 출시 때의 스토어 구매 링크를 알게되어 퇴근 후 한번씩 꼭 들어가봤다.
“응? 자기, 이거 구매하기가 되네?”
갑자기 구매하기 버튼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옵션 선택을 해보며 아내에게 혼잣말 하듯 말했다.
“일단 사요”
아내의 말에 바로 결제창까지 넘어가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래도 사고 생각하자는 마음에 무이자 할부를 가능한한 최대로 끌어 썼다.
팔마2를 받고 망설임 없이 바로 내가 편한대로 설정했다. 다행히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나름 휴대용 단말기는 익숙했기에 어렵지 않게 모든 설정을 마쳤고 교보 도서관 앱과 부커스를 설치했다. 혹시 몰라서 밀리의서재까지 설치하고 나니 이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기만 하면 됐다. 눈 앞에는 바로 직전에 읽은 일의 감각이 놓여져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비슷한 분류의 책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식탁에서든 책상 앞에서든 카페에서든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난 이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짬짬이 시간으로 책을 읽던 건 이미 회사에서 해왔기에 익숙하다. 페이지 로딩되거나 랩탑이 잠자기에서 깨어나고 모니터에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 길어도 1분 이내에 적으면 한 줄에서 수십줄에 이르기까지 읽어왔기에 지금은 엄청난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그간 읽어왔던 종류의 장르를 갑자기 긴 시간 잡고 읽으려니 뇌가 습관화가 됐는지 몇 분만 지나도 끊어가려고 한다. 문득 해리포터를 읽으려고 부모님 몰래 밤새 불을 켜고 책을 읽던 기억에 소설류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고 자기계발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난 불편한 편의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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