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외벌이 아빠다. 대치키즈로 자랐고, 아이들도 대치키즈로 키우고 있다. 아이 학습과 관련된 이야기와 별개로 요즘은 경기도 어렵고 내가 일하는 분야도 현금 유동성이 나빠지면서 덩달아 위기의 연속이다. 흔히 주변에서 보는 사업가들이나 의사, 회계사들의 수입을 잘 모르지만 어쨋든 나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고소득 지역의 월평균 약 1천만원에서 1천 5백만원 정도라고 하니 이보다 높을 수도 있겠다. 그럼 나는 이들의 절반정도를 벌어서 비슷한 수준의 자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다. 심지어 수익 실현은 현금이 아닌 성취감이다.
아이들이 공부라도 못하면 바로 떠나자고 짐을 쌌을 것 같은데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번 달은 더 심하다. 어쩌다보니 병원비가 당분간 몇십만원씩 더 부담되기 시작했고, 나름 투자했던 건물들이 (어차피 내 소득도 아니지만) 현금 흐름이 나빠지게 만들면서 내 부담은 더욱 커져갔다. 이제 아이들이 뭐 사달라는 소리만 나오면 가슴이 미어올 정도이다. 가계부를 훑어보니 우리 가계 지출의 50% 이상을 아이들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사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교육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이자 증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겠다. 당장 부부 허리띠를 졸라메고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어서 더 그런가보다.
얼마 전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이 되면 조금씩 학원을 줄이고 싶어요"
사실 돈도 돈이지만 나의 이유와 논리는 간단하다. 내가 대치키즈로 자라며 공부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잃었던 순간이 그 시점 어딘가였기 때문이다. 학원을 쫓고 공부와 숙제만으로도 버거워서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시간, 잠시 이사를 다녀온 공백이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스스로 공부를 하고 알아가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었었다. 그러니 당연히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다는 것도 없었다. 당시에는 스파르타식이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며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새벽 2시까지도 골방에 갇혀서 공부를 해야만 했던 당시 아이들의 자아는 철저히 타의에 의해 사회와 차단당했고 자유도 빼앗겨갔다. 심지어 히딩크호에서는 이천수가 홍명보에게 반말까지 했던 그런 시기에 말이다.
난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는 편이다. 좋아할 수 있다면 분명 나보다 더 대단하고 행복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뒤늦게 대학원에서 석사를 하며, 전혀 전공과 관련도 없는 분야에서 논리적인 것을 따지고 철학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나보다 더 내가 원하는 일을 잘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학원비를 줄여보려고 한다. 현실이 변하여 더 많은 비용을 쓸 수 있게 되면 그 비용은 나의 노후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 느낀다. 내 삶이 욕심만큼 풍족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마음의 풍요로움은 스스로에 대한 자아 실현도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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