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과 이동국, 둘이 만나면?

최강희 감독이 박주영과 이동국을 투톱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4-3-3에 치중하던 예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전술적으로 4-3-3은 윙포워드를 두면서 윙 공격수들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고 중원에 미드필더를 셋을 두면서 유기적인 플레이를 기초로한 팀에게 강력한 전술이지만 원톱의 부담감은 늘어난다. 조광래호에서도 밝혀졌듯 윙백들의 체력부담도 상당히 크다. 하지만 4-4-2는 안정감을 위주로한 현대축구의 안정적인 포메이션이다. 대신 중앙 미드필더들의 위치에 따라 체력부담이 생긴다. 그렇다고 4-4-2가 주는 폭발력이 4-3-3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전술은 팀에 맞게 변형되는데 이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맨유가 그렇다. 루니와 치차리토를 활용한 전술에서 루니가 조금 쳐져서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때가 많다. 물론 왕성한 활동량때문에 맨유 자체가 전술이 틀에 박혀있질 않다. 매순간순간 포메이션은 4-3-3과 4-4-2를 오가는 경우가 많다. 박주영과 이동국이 투톱에 서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모범답안은 이 전의 맨유의 반니스텔루이와 루니가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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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전북현대 공식홈페이지) 

어쩌면 루니보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동이 가능한 박주영이다. 그리고 K리그에서 당시 반니스텔루이만큼의 활약을 보여줬던 이동국이다. 이 둘이 만나서 어떤 효과를 보여줄지에 대한 의견은 인터넷에서도 분분하다. 실제 언론을 통해 이동국이 골을 넣은 박주영을 바라보는 사진이 화제가 된 바도 있다. 둘의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는다는 눈으로 보여지는 증거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것도 이동국이 출전 못해서 혼자 기분이 상했던 것일거다 라는 추측도 많다. 

박주영은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세계청소년축구대회때부터 그에게 공을 일단 주는 흔히 '발타겟'이라고 부르는 유형의 스트라이커였다. 혼자 드리블에 의한 득점도 가능했으며, 여의치 않으면 패스를 하기도 하고, 좌우 윙으로 흔들어주기도 하는 루니보다는 테베즈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선수를 어떤 선수와 같다라고 하기엔 둘의 차이점도 분명히 많다. 하지만 잘 알려진대로 박주영의 플레이는 상당히 영리하다. 그러면서 따라오는 '투지 결여'가 문제시 되기도 했었지만 많이 좋아졌다. 박주영은 굳이 많이 안뛰어도 실용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대부분의 경기에서 원톱보다는 투톱으로 중용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옆에 전형적인 타겟형 선수가 생기고 본인에게 따라붙는 마크가 한명으로 줄어들었을때 막강한 화력을 뽐낸다. 4-3-3이라는 포메이션 속에서 '만화축구'를 지향하던 조광래호에서 원톱임에도 많은 득점이 가능했었던 것은 양쪽 날개와 2선침투가 능한 선수들의 배치 덕이었고, 예전보다 더 많이 뛰었다. 하지만 박주영이 원톱일때는 불가피한 단점이 있다. 바로 힘 좋은 수비를 만났을때 고전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인 마킹이 심한 EPL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이유도 역시 그러한 점에 있다. 프랑스 리그에서 축척된 노하우도 있고 유럽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낮은 자세를 갖게된 것이 전부다. 그와 비슷한 속도를 가진 선수를 공격시 마주하게되면 그는 공을 돌리게된다. 비슷한 파워를 가졌다해도 스피드에서 밀리면 농구의 센터처럼 힘으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혹은 첼시의 드록바처럼 거친 마킹을 힘으로 버텨내며 수비를 무너뜨리는 형식이 아니다. 이런 점은 아스날이 추구하는 축구스타일과 매우 흡사하다.

앞서 박주영에 대해 설명한 포스팅에서 그는 샤막과 연계할 투톱 중 한명으로 뽑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진행되는 기간 그의 실전감각과 EPL선수들의 스타일을 파악한다면 반 페르시와의 로테이션까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벵거가 원했던 스타일대로 되지 않았다. 샤막은 헤딩볼을 박주영에게 주질 않았고, 박주영은 수비를 피해 공을 돌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 없진 않았다. 오프사이드에서 걸어나와 다시 쇄도하며 넣은 데뷔골은 분명 똑똑한 플레이었고, 마무리는 환상적이었다. 이 역시 수비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워풀한 수비수에게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강희 황태자 이동국이 나선다. 

'라이언 킹' 이동국이 비록 '중동 킬러' 이고, 자신보다 체격조건이 나쁜 선수들을 상대로만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스트라이커라며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었지만, 그가 올 시즌 K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들의 기존에 알던 이동국이 아니다. 도움을 이토록 많이 올리던 이동국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득점도 적지 않게 해주면서 팀 기여도가 확실히 상승한 한해다. 그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의 파트너로 이동국을 선택했다. 이동국은 페널티 안에서도 위치가 좋은 선수에게 내주기도 하는 팀플레이가 상승했고, 박주영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욕심을 부리긴 하지만 옛 서울 시절을 생각하면 '쌍용'과 함께 오밀조밀한 패스플레이가 인상 깊었던 선수다. 이런 둘의 만남은 엄청난 화력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문제는 둘의 관계이다. 실제로 파트너가 사이가 나쁘면 호흡이 맞질 않는다. 서로 상대 탓 하느라 본인 위주의 플레이가 시작되고 팀 전체에 자신 위주의 패스를 요구하게된다. 이는 곧 팀의 붕괴로 이어지며 경기력 저하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최강희 감독의 몫이다. 기존의 조광래 호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리더십 문제가 거론되던 박주영을 계속 믿느냐, 아님 이동국이라는 대선배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느냐이다. 물론 다른 선수가 그 완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둘이 서로를 이해하고 믿게되는 중심점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냥 프로 선수밖에 되질 않는다. 축구팬들이 원하는 선수들은 국가대표팀 축구 선수이다. 축구를 즐기며 단지 패스해야되니까 하는 상황이 아닌 더 좋은 장면과 더 나은 모습을 위해, 그리고 국가를 대표한 팀의 승리를 위해 플레이 하는 선수를 원한다. 필자의 예상은 확실히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최강희 감독이라면 분명 이 둘을 이대로 바로 활용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 한경기를 앞두고 많은 말썽이 일어난 국가대표팀이다. 하지만 한경기에 목숨을 걸어야한다. 그리고 축구팬들은 목숨걸고 응원한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라며, 이 둘이 쿠웨이트 골기퍼를 무릎 꿇리고 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