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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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vs 고려대, 경상도vs전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라이벌 구도가 심했던 '더비'는 최근 영화에서도 화제가 된 최동원 vs 선동렬의 야구, 농구대잔치의 최대 라이벌 서장훈 vs 현주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축구에서는 그런 라이벌 매치가 보이질 않는다. 해외 축구에서는 호날두 vs 메시, 시대가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펠레 vs 마라도나까지 무수히 많은 라이벌들이 탄생했고, 경쟁했다. 현재 K리그에는 억지로 라이벌 경쟁을 만들겠다고 구단단위의 '더비'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 역시 팬들이 만들어낸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 예전만큼의 흥행을 가져오진 못한다. 당연할 수 있는 점은 80~90년대의 시대적 배경이 확실히 다르니 더 그럴 수도 있다. 한국 축구가 가장 흥행했던 90년대 말 이동국, 고종수, 안정환으로 이어지는 꽃미남 3인방의 K리그 대결은 필자가 초등학생이던 당시에 초등학생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팬층이 갈리고 서로 싸울정도로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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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본인들에게는 라이벌 의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테리우스' 안정환은 화장품 CF를 비롯해 TV를 점령해나가고 있었으며 출중한 외모와 멋진 플레이에 한국의 판타지스타라고도 불렸었다. 고종수와 이동국은 98년 월드컵에서 깜짝 출전해 단 몇분만에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대중에게 잘생긴 외모를 알리기 시작한 것도 평소 축구를 멀리하던 이들도 월드컵 1승을 기원하며 하나둘씩 TV앞으로 몰리던 시절이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방송 3사에서 치열하게 중계다툼을 했기에 다른건 볼것도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K리그 흥행 실적은 가공할만 했다. 물론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라던가 각종 기록적인 측면은 최근 많이 깨졌고, K리그의 제 2의 붐이라고 불린다. 2002년의 효과일 수도,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생활 확대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K리그는 겉으로 보여지기에 너무 깨끗한척, 예의 바른 척이 심하다.


얼마전 알사드와 수원삼성 경기에서 코칭임에도 고종수는 과감히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행동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악의 축'이 된 알사드 덕에 축구팬들이 하나가 됐고, K리그 프로팀들이 이슈화 된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이정수가 알사드로 이적한걸 그때 되서야 알게된 팬들도 많을 것이다. 결국 중동 '침대축구'가 공공의 적이 되었고, 우리가 하나로 뭉치고 '이기자'라고 외쳤던 점에서 그들에겐 감사하다. 그리고 K리그는 다시 조용해졌다. 잠시 수면 위로 올라온 국가대표 감독 문제도 연휴라 그런건지 잠잠해지고 있다. 세상 모든 이슈가 이렇게 깜짝 관심을 받고 말긴 하지만 꾸준한 관중 유치를 원하는 구단들은 기업의 안이한 태도때문인건지 소극적인 마케팅만 위주로 한다.


이런 가운데 가장 필요한 것은 '호날두 vs 메시' 와 같은 경쟁 구도이다. 사실 스포츠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다보니 라이벌이라고 하면 선수 본인들이 한사코 사양하고 'xxx선수는 존경하는 선수입니다. 제가 감히..' 격식차리기에 바쁘다. 승부욕과 자존심에 똘똘 뭉쳐서 '한판 붙자' 라는 식은 겉으로 표출하질 않는다. 그게 우리 사회이고, 정서적으로 그렇게 하는게 맞다. 그렇다고해도, 외국 선수들마져 입을 다무는 형태가 되어가고있다. 사실 최근 K리그의 라이벌 구도는 많다. 최근 이슈화 됐었던, 이동국vs라돈치치vs김신욱 타겟형 스트라이커 3명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만큼 라이벌 구조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다고 구장이 시끌벅적해지기보다는 인터넷만 뜨거워질 것이라는 거다. 

K리그를 직접 단 한번이라도 관전해본 사람은 인정할 것이다. TV로 보는 건 실제 경기 속도를 리플레이 보듯 느리다. 실제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역동적인 색을 띄며, 전에 없던 기술력들로 관중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TV보다 잘 안보인다는건 맞다. 하지만 실눈뜨고 미간 찌푸려가며 봐야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선수들 사이에 공이 가리기도 하지만, 축구 보는데 공만 보진 않지 않는가? 물론 TV 중계가 실제로 보는 속도만큼, 앵글이 사람들 시선을 만족시킬만큼 따라와준다면, 관중들은 자연스레 찾고싶어진다. 마치 EPL을 보면서 맨유 경기를 실제로 보고 싶어지듯 말이다.

하지만 그만한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뭔가 경쟁 구도라도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흥행 포인트는 선과 악의 격돌이다. 드라마가 있고, 대사가 있다, 스토리가 있으며 재미가 있다. 물론 스포츠를 가지고 소설을 쓰라는 것도, 경기를 픽션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라이벌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사라진다. 수원과 전북 경기는 각자 라돈치치와 이동국을 앞세워 공격수 자존심 싸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데서부터 라이벌 의식을 느낄만한 매치업은 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매체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극적인 기사의 내용은 줄어들고 있으며 스포츠 기사가 신문 1면을 차지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박찬호가 160km의 강속구를 던지고, 한국이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썼을 때가 마지막인가 싶다. 세계로 진출한 스포츠 스타가 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세계에서 활약하지 않는 한 주목이 되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 앞서 처음 말한 라이벌들 모두 국내에서 맞붙었던 국내리그 선수들이다. 매체에서 선동해서 라이벌 경쟁을 부추기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칼럼보다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가가야되지만 실제로 인터넷이나 기사를 통해 딱딱한 과정과 결과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블로거들이 쓰는 주관이 개입된 칼럼들이 더 재밌다고 느끼는 이유는 생각이 같고 다름을 떠나, 문맥의 구성이나 속도와 질적으로는 분명 떨어지지만 그들의 생각을 적고 같은 팬의 입장에서만 적는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1면 기사감이 아니라해서 말썽을 피하게되고 대충 추측성 기사, 과정, 결과만 담게되며 이는 자연스래 화젯거리가 되지않는 국내리그의 프로 스포츠에는 투자 가치가 없다고 전망하는 기업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학연, 지연의 의미는 단순히 학벌위주의, 지역감정을 부추기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더비 '엘 클라시코' 역시 지역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는 배제한 감정을 응원을 통해 방출해낸다는 점이 메리트있다 느껴지진 않을지, 그리고 이것은 악감정이 아닌 그저 한 팀을 함께 응원하는 공감대 형성에 커다란 공통 요소가 하나 생긴다는 점에서 K리그 발전에는 이만한 전략이 없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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