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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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예'를 중시하며 보여지는 겉모습에 치중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세계가 인정하는 부지런한 민족이며 어떤 이들은 하루 쉬는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할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하길 원한다. 어쩌면 '신속·정확'으로 대변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이 한국축구에 주는 영향은 전부 폐쇄성이 짙고 남의 눈치를 보며 2시간에 이르는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데에 있어 안 좋은 영향만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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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대한축구협회 공식홈페이지)

그나마 2002년 월드컵 이후 대다수의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은 기존의 정서를 깨고 응원한다. 잘 생각해보면 2002년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도 서로 이해해주는 국가 축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도 늘어난 붉은 악마에 한해서의 이야기다. 실제로 경기장을 찾아보면 절대적 다수가 아닌 일부분의 붉은 악마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할 뿐, 대부분의 관중들은 '대~한민국' 조차 몇 번하면 재미없어 하는 데다가 골을 넣고 난 직후에나 기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K리그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치어리더까지 고용해 일반인들의 응원에 동참을 유도하며 새로운 재미를 주려고 하는 구단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석 관중들은 엉덩이를 자리에 붙인 채 우측에 보이는 홈팀 응원단을 보며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다. 애들이 축구보러 가고싶다해서, 그냥 한번 찾아본 것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일반 관중들은 함께 응원할 만한 문화가 없다. 그나마도 처음에 같이 몇번 따라해보는게 전부다.

이러한 모든 것이 보여지기를 중시하고, 양반이길 원하는 한국인의 정서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자연스레 경기장의 문화를 바꿔버리고 있다. 야구팬들이 말하는 그 분위기를 축구에서는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같은 한국인들이 찾는 스포츠 구장이지만 야구와 축구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는 경기 자체의 차이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한번 던질때마다 환호성과 야유가 터질 수 밖에 없다. 안타 한번, 스트라이크 한번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중들은 축구에서는 '골'을 중시한다. 결과를 중시하는 최근의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담겨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화려한 개인기와 송곳같은 패스로 다이나믹한 경기를 펼친다해도 결국 골을 넣어야만 감탄하고 기뻐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축구를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데도 K리그는 보질 않는다. 이를 비난하고 비판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들의 이유야 어찌됐든, 결국 축구보러 가는 것에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잘잘못을 따질 이유도 전혀 없다. 어쩌면 경기장을 찾아보지 않는 사람들의 문제일 수도, 관중을 유입시키지 못하는 구단의 문제일 수도, 우승상금도 작게 주면서 구단들을 수수방관 내버려두는 연맹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을 떠올려보면 모두 남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으며 경기장에서는 모르는 사람도 끌어안고 기뻐하며 즐겼던 그 사람들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K리그에선 얌전해진다.

단순히 이것이 정서의 문제라고만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선 얌전히 즐기던 이들, 혹은 경기장을 찾지도 않는 이들이 온라인에서는 막강한 화력을 발휘한다. 각 구단별로 별명이 존재하며, 서로 감정 싸움으로 치닫기도 한다. 마치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였다면 오히려 저런걸 더 강하게 표현하진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본심을 드러내는 익명성 보장이 되는 온라인에서의 행동과 잔뜩 꾸며진 겉모습이 훤히 보이는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은 결국 보여지기를 중시하며 양반이길 원한다. 골 장면 2~3장면을 위해 경기장을 찾기엔 시간도 아깝다. 차라리 그 시간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든, 일을 하는게 낫다.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다시보기로 보더라도 화살표 우측 버튼을 마구잡이로 눌러가며 보는 세대다. 이들은 정규 시간에 방송하는 것을 한시간 혹은 한시간 반 내내 보질 못하게 된다. 이는 축구에서도 마찬가지가 되고 있다. 심지어 박진감 넘치고 화려하다고 표현하는 EPL조차도 넘기면서 보는 이들이 많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명장면은 놓치기 십상이며 경기의 양상, 선수들의 움직임은 전혀 보질 못한다. 결국 이는 축구의 재미는 오직 골이라는 수식을 만들어내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그 탓이라고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한국인의 정서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전통적인 한국인들의 정서와 새롭게 생겨난 특징적인 요소가 오히려 한국 축구와 K리그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며, 2012시즌에는 축구의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는 K리그와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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