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대로 맨시티를 제압한 맨유

FA컵 3라운드 맨체스터 더비가 맨유의 3대2 승리로 돌아갔다. 복수에 성공한 맨유는 사실 이 날 경기에 호재로 작용한 여러 의도한 사건들이 존재한다. 이 전 블랙번과 뉴캐슬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부진을 예상했지만 이는 맨유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맨유에겐 크게 한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약팀들에게 갑작스런 연속적인 패배 후 팀 에이스의 퍼거슨과의 불화설 대두된다. 하지만 퍼거슨은 깜짝 전략으로 이어지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얻어내며 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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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홈페이지)

항상 드라마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세계 각지에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맨유는 이번 시즌에도 드라마를 쓰려는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고 약팀들에게 덜미를 잡혔으며, 중원과 수비 자원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위기에 빠지는 듯 했지만 스콜스의 깜짝 복귀는 마치 지난 라르손의 깜짝 임대를 떠올렸으며, 루니의 불화설은 반니스텔루이와 베컴의 불화설을 떠오르게 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주목될만한 점이라면 최근 훈련에 복귀하며 팀의 분위기를 다시 잡고 있는 베테랑 스콜스의 복귀이다. 스콜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팀에 강한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선수이다. 긱스가 있다곤 하지만 긱스보다는 스콜스가 중원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가 훨씬 돋보인다. 게다가 이 날 경기에서는 오랜만에 루니가 웃는 모습을 보이는 등 팀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맨시티 최고의 중앙 수비수 콤파니의 경기 초반 퇴장으로 숫적 열세에 몰린 맨시티를 패스 플레이를 통해 체력 소모를 유도한 맨유는 기회가 날 때마다 골로 연결시켰다. 특히 이 때 콤파니의 퇴장 장면이 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두 다리를 교차하고 뻗으면서 '가위'모양으로 발바닥을 보인채로 태클을 했다. 나니가 피하긴했지만 그 위험성으로도 경고를 줄 수 있는 상황이며 그런 태클이 위험한 이유는 상대의 다리를 감싸고 들어가기 때문에 꺾일 경우 무릎이나 발목과 같은 관절에 큰 부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에서 6-1로 패한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 맨유는 루니 특유의 강한 힘과 밸런스, 그리고 웰벡의 유연함으로 중무장했으며 발렌시아의 물 오른 플레이는 그들에게 힘을 더했다. 게다가 노쇠함을 걱정하던 팬들의 우려를 한번에 날려버린 퍼디난드와 스몰링의 중원은 노련함과 체력의 만남으로 모든 우려를 날려버렸으며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에브라는 여전한 모습을 보였다. 만능 수비수 존스의 우측은 발렌시아의 수비부담을 덜어줬다. 게다가 긱스와 캐릭의 수비적인 부분을 존스의 활동량과 스피드로 커버하며 부담을 덜어줬다.

퍼거슨은 측면이 강한 맨시티를 상대로 존스를 측면에 두며 아게로를 스몰링과 퍼디난드에게 맡겼으며 측면 공격이 성공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 보였던 경기였다. 실바는 압박 수비에 계속해서 발이 묶이거나 패스 코스가 없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58분 나니와 교체된 스콜스는 아직 경기에 적응할 필요가 있어보이며, 당초 예상했던 긱스와의 교체가 아닌 나니와 교체를 하면서 왼쪽 측면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스콜스의 저하된 경기감각이 아게로의 2번째 골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패스가 짧았지만 중거리 슛도 한차례 시도하는 등 퍼거슨의 입장에선 스콜스의 컨디션 점검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3-2로 따라잡히자 중원의 붕괴현상을 막기 위해 안데르송을 투입하며 다시 경기 분위기를 찾아오려 했다.

심판도 이 날 경기초반 퇴장 선언 및 존스의 핸드볼 파울마저 선언하지 않으며 맨유의 승리에 한 몫했던 점 역시 무시 못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승리는 맨유가 가져갔고, 리그 후반기 판세를 미리 점쳐볼 수 있었던 경기라는 점에서 만치니보다 퍼거슨이 더 안 좋은 조건에서 더 많은 수확을 가져간 경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일주일의 꿀같은 휴식이 기다리고 있는 맨유의 다음 경기에서 '산소탱크' 박지성도 잔디를 가로지르고 달리는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