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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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가 복귀하자마자 골을 넣으며 자신의 클래스는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엔 '깜짝 복귀'로 맨유팬들을 놀래켰던 스콜스가 골을 넣었다. 각 팀의 핵심 선수였던 이들 둘의 골은 '결승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두 팀 모두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골이다. 아스날은 '무패우승'의 신화를 이끌던 앙리의 복귀로 무뎌졌던 대포를 다시 막강한 화력으로 변화시켰다. 로이킨이 은퇴하며 쇠퇴되고 있는 중원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던 스콜스의 게임 리딩이 살아나며 맨유의 무너진 중원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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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맨유 공식홈페이지)

 이런 황혼기의 선수들이 정상급 무대에서 건실함을 과시하는 모습은 이미 지난 라르손의 활약으로도 입증시킨 적 있는 맨유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합류가 떨어졌던 팀 사기를 올리는데 톡톡한 몫을 한다. 예전의 삼성 파브 선전을 보면 감독인 차범근이 갑작스레 뛰어들어 프리킥을 차는 CF가 있다. 문득 최근의 EPL을 보면 그 CF가 생각난다. '레전드'들이 복귀해 팀을 살려낸다.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94년 맨유에서 성인팀 데뷔무대를 가진 그는 11시즌에 은퇴 발표까지 맨유에서만 뛴 '프렌차이즈스타'다. 그리고 그의 데뷔전인 맨시티전에서는 패스가 전체적으로 짧아진 것을 보였으나 그가 이끄는 중원을 테스트하기엔 충분했다. 앙리는 99년부터 07년까지 아스날을 이끌던 선수다. 그리고 이 둘이 비슷한 시점에 복귀해 위기의 팀을 구원해냈다. EPL무대는 90년대 레전드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표현됐던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레전드'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앙리는 '연습 벌레'라는 소리를 듣는 선수답게 복귀골을 넣은 날에도 연습하러 가겠다고 하던 선수다. 이미 클래스의 정점을 찍고 미국에서 황혼기를 마무리하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전성기만을 회자하며 자신의 플레이에 기대를 가질 팬들, 그리고 그에 따른 선수 본인에게 오는 부담감을 모두 연습을 통해 푸는 것이다. 스콜스는 6개월만에 은퇴 번복을 하게 됐지만, 6개월동안 전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2010년부터 꾸준히 체력 저하를 지적받던 스콜스이기에 그 때와 비교한다면 한치의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경기에서 퍼거슨의 선택은 또 다시 빛났다. 스콜스의 파트너로 캐릭을 넣으며 중원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도록 했다. 캐릭과 스콜스는 발을 맞춰 경기를 소화한 시간이 길어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없이 이들 둘이 출전한다면 즉시 전력이 된다는 판단이었을 수 있다. 퍼디난드-루니 모두 맨유의 수비와 공격을 책임져왔던 선수이고, 이들 둘 역시 스콜스와 호흡을 맞춰온 기간이 길다는 점 또한 큰 도움이 됐다. 필자는 사실 스콜스의 복귀보다는 현역 선수로 계속 뛰고있는 베컴의 복귀에 조금 더 유력함을 두고 있었다. 보기 좋게 빗나간 스콜스의 복귀로 베컴은 맨유에서 7번 유니폼만 입을 수 있었다.

90년대와 2000년도 초반을 풍미했던 스타들이 다시 한번 EPL무대에서 당시를 추억하게 만들고 있다. 당시처럼 90분내내 그 당시의 플레이를 볼 수는 없다. 그들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그들이 순간순간 보여주는 예전의 모습들은 팬들을 환호시켰으며, 팀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들을 동경하며 유소년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현재의 스쿼드도 그들과 함께 뛰는 것만으로 잔뜩 흥분된 모습이다. 다만 필자가 한국 축구 팬으로서 씁쓸한 것은 어쩌면 2002년의 월드컵 스타들이 K리그로 돌아오기를 망설이는 것이 오버랩 되서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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