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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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잔치 하며 받은 제주 여행권 (제주에어투어)으로 자비를 추가하여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사실 해외 여행이나 유학생 등 비행기 표 예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대충 알겠지만 가장 비행기 값이 저렴하고 항공사 입장에서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티켓을 싸게 판매하거나 이렇게 저렴한 투어사에 넘겨버리는데 이번이 딱 그러한 경우였다. 제주도 도착 시간은 18시였고 다시 청주로 돌아오는 표는 오전 8시였다. 우리 딸은 잠을 잘 자려하지 않고 잠들기 보다 더 놀고 싶어하는 강력한 열정을 가진 아이라 우리 부부는 잠에 민감한 편이라 아침 비행기가 조금 걱정되었다.


어쨋든 계획은 계획이니 일정을 잡아야하는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직업을 가진데다가 학교 논문도 어느정도 마무리된 시점이라 여유롭게 남들처럼 나도 그림으로 그렸다. 비행기표가 확정되기 전에는 첫날부터 일정이 굉장히 많았는데 비행기표가 확정되고 아래처럼 수정되었다.



사실 5월에 제주여행을 자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정보지만 4월말부터 5월초까지는 고사리 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도 조금 푸석푸석 내리고 날도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부는게 제주다. 근데 이 기간을 딱 넘기자마자 제주여행을 하면 시원하고 성수기보다 저렴해서 푸르고 시원한 제주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여행 계획 당시의 하루 정도 비가 예상되었지만 그 정도는 즐거운 마음으로 넘겨준다는 생각에 작은 우산을 하나 챙겨넣을 계획만 해두었다. 제주에어투어는 숙박업체를 선정해야 정상적인 예약 진행이 가능했는데 리스트에 나오는 모든 숙박업체를 하나씩 다 들어가봤다. 계획 세울 때부터 제주시 근방은 지난 번에 와이프와 여행하면서 가봤었기 때문에 아이가 즐거우면서 우리도 바다를 볼 수 있고 가본 적 없는 코스인 서귀포 쪽을 위주로 잡았다.


그래서 당연히 숙박업체 후보군이 줄어들고 사진 상으로 가장 마음에 들고 깔끔한 호텔 윈스카이로 골랐다. (평상시에 와이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 재우는 것에 민감해서 핸드폰을 상시 방해금지모드로 해놓았기 때문에 미리 협의하고 내가 알아서 고르기로 했다.) 근데 이게 또 단점이 있었던게 우리는 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와 안방 바닥에서 잤었는데 여긴 침대를 치울 수 없는 구조란다.. 예약도 해버렸는데...ㅠ 와이프가 내겐 괜찮다고 하면서 직접 전화해 키즈 가드 설치를 예약했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키즈가드도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렌트카도 연장해야하는데 이건 또 제주에어투어에 전화해서 기간 연장을 해달라해야되고 추가 비용도 에어투어에 납부해야한다. (더 싸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4박 5일 일정이지만 마지막 날은 공항에 아침 일찍 가야하므로 전날 저녁에 반납하는 걸로 하루만 더 늘렸다. 근데 이것도 렌트카 업체가 어딘지 알 수 없어서 여행확정서를 받는 출발 1주일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전화 문의 결과 카시트랑 유모차는 당일 현장에서 말하라 했다.. 현장에 가서 말했더니 카운터에 있는 교대 직원이 둘인 듯 한데 뭔가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 같았다. 당황하더니 알겠다고 하고 주차장에서 기다려달란다. 어쨋든 그렇게 렌트카는 빌렸다. (참고로 보험은 일반자차로 했고 1일에 1만원씩 4일 4만원 결제했다.)


아직 어린 아이랑 다니려니 이것저것 복잡하기도 했는데 문동일 셰프 녹차고을은 생각보다 맹맹하고 완전 건강해지는 맛으로 먹었다.

그리고 한라산 옆으로 쭉 달리는데 안개가 자욱하고 앞이 하나도 안보이는 산신령 나올 법한 날씨였다.. 이걸 을씨년스러운 날씨라 하던가...? 아무튼 덩달아 아이도 차에서 잠든 상태로 호텔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괜찮았다. 1층에 편의점과 레스토랑이 있었고 침대 가드도 땋! 설치되어 있었다. 주차장도 호텔 주차장 굳이 이용할 필요없이 주변 공영주차장에 자리 많았다. (서귀포시에는 시에서 마련해놓은 무료 주차장이 제법 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ㅠㅠ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상태에서 별 생각없이 나는 원래 계획대로 휴애리로 차를 몰았고 와이프는 아이 사진찍기 좋은 곳을 오후에 날 좀 풀리면 가지 왜 아침부터 갔냐며 서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사진 찍는 것도 편집하는 것도 난데.. 왜...ㅠㅠ)

사진 찍는 걸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안개 자욱한 제주도 숲의 풍경이 운치있고 제법 잘 나온다.. 난 개인적으로 장비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편이라 아무 카메라나 좋아하지만 (폰카는 RAW지원이 안되서 그다지 애용하지 않는다) DSLR을 포기한 내가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이번에 들고 간 캐논 G7X는 늘 결과에 충실한 사진을 내놓았는데 안개 자욱하고 수분 가득 머금은 숲 속에서 아주 운치있는 아이 사진들을 내게 주었다. (내 블로그가 자랑스럽지 않은 관계로 아이 얼굴 노출은 과감히 사절..ㅋ)


아무튼 어쨋든 와이프한테 사과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무슨 검정돼지였나?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간 시간이 점심시간을 넘겨서라 그 분들도 식사하시는데 조금 죄송했다.. 그렇게 밥 먹으면서 이중섭 거리로 향했는데 이중섭 거리에서 커피 마시던 중에 애가 전에 없던 변비땜에 울고 불고 난리났다. (비행기에서 걱정되는 마음에 이것저것 과자와 음료를 많이 준게 문제였나 싶었다.. 말랭이때문인가?) 이제 순서도 가물가물 헷갈린다ㅠ 암튼 그렇게 돌아오기 아쉬워 중문관광단지로 차를 밟고 달려서 테디베어 박물관에 입장 마감 30분 전에 입성했다. 역시나 을씨년스런 날씨 덕에 사람도 없고 비도 그친 뒤라 사진찍기 딱 좋았다. 


둘째날까지의 일정을 그렇게 마치고 날씨에 초월하는가 싶으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속 상했다. 어떻게 얼마만에 얻은 긴 휴가이며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푸른 바다와 하늘은 이대로 끝인건가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비 내리는 제주를 속으로 답답해하며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했다. 핑크퐁에서 본 바다동물들이 나오자 힙시트 위에서 상어가족 춤을 추며 좋아한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바다는 쳐다도 안보더니..ㅠ) 그리고 섭지코지에 잠시 들렸다가 사진만 왕창 빠른 속도로 찍고 와이프가 제주도 이야기만 나오면 노래를 부르던 경미네집으로 가서 멍게비빔밥과 성게비빔밥, 해물라면을 시켜놓고 양껏 다 먹었다. 아직 우리 아이는 간이 안되어 있는 음식만 먹어서 이유식으로 배불리 먹었다ㅋㅋ


그리고 다시 성산일출봉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기가 성산일출봉인데 성산일출봉이 없었다.. 멀리서도 보이던게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였고 이슬비 뚫고 올라간들 애 감기만 들겠다 싶어서 잠시 뛰게 해주고 바로 데리고 차에 타서 다음 숙소로 향했다..



 

역시 제주 날씨는 변덕쟁이랬던가.. 제주 여행하며 처음으로 운전하는 내 손등으로 햇빛이 들었다. 계속 날 잠깐 좋아지면 바다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해안도로로만 달리던 내 마음이 성급해졌다. 이 근처에서 가장 예쁜 바다를 찾아서 달리자는 생각밖에 없었고 김녕 해수욕장도 보였는데 거기까지 갔다가 구름이 다시 햇님을 가릴까봐 바보카페를 찍고 그냥 무작정 달렸다.. (말이 달린거지 애가 있으니 서행모드로 마음만 달렸다..ㅋㅋ)








바보카페는 노키즈존이라 들어가지 않고 조금 지나치며 보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카페가 있어 앞에 차를 세우고 바로 들어갔다. 제주도에서는 그냥 무조건 바다쪽에 위치한 카페로 가는게 편하다.. 짐 놓고 바다 들어가기도 좋고 사진을 찍어도 앞에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이 없다. 가장 위 사진의 우측에 위치한 구름이 비구름인데 저게 하늘을 아예 덮었었다.. 아주 낮은 위치에서.. 암튼 그렇게 2~3시간 햇님이랑 놀고 멍멍이와 날으는 새님들과 신나게 놀고난 뒤에 차에 돌아와서 시동걸고 출발하니 다시 비가 쏟아졌다. (이 스케줄도 우리 여행한 일정에 넣고 싶었는데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가버린 거라 딱 장소를 찍기가 어려워서 패스했다.) 이날 숙소는 봄그리고가을이었는데 뭐 나쁘지 않았다.. 유스호스텔 정도의 느낌이나 펜션 정도의 느낌인데 지하에는 아이들 놀이방과 빨래방도 있고 앞에는 호프집과 편의점이 있어서 편의시설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기 욕조도 신청하면 미리 갖다 놔준다. (우리 아이는 더위를 많이 타서 에어컨 리모컨을 찾았는데 따로 요청해야 갖다 주더라..)

 

그리고 드디어 아쉬운 4일째 되던 날, 원래 가려던 케릭월드를 패스하고 와이프가 에코랜드를 지인이 추천했다고 해서 에코랜드로 방향을 선회했다. 오전에 비가 잠시 멈춰있는 틈에 야외로 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간 에코랜드는 정말 대박이었다. 첫번째 정거장에서는 그냥 멀뚱멀뚱 졸려하던 애가 두번째 키즈랜드에 내리자 신나게 뛰어다녔다. 사실 이 날 점심도 제 때 못 먹여서 속상하고 미안해 죽을 뻔했다ㅠ 에코랜드를 가신다면 두번째 정거장 바로 앞에 있는 커피 파는 곳에 자리 잡고 밥을 먹이시거나 들어가기 전에 먹이시길.. 우리 먹을 수 있는 곳에서 같이 먹여야지 하다가 완전히 모두 스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찾은 의외의 명소이자 마지막 여행지는 테지움이었다. 사람도 없고 한적하다고 해서 18개월 아기가 언니 오빠들한테 안치이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갔다. 역시나 여긴 망한 곳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 조천읍에 있는데 그냥 체념하고 들어갔는데 애가 정말 신났었다. 동물 친구들이 육해공 안가리고 등장하니 너무 좋았나보다.. 게다가 곰주님들까지 있어서 더 좋아했다. 그렇게 한시간~한시간 반정도 갔던데 다시 가고 왔던데로 돌아가는 식으로 돌고 돌아 겨우 밖으로 나와 렌트카 반납하고 마지막 숙소인 베스트웨스턴 제주호텔에 도착했다. 온돌방이 있는 호텔 중에서 내 생각엔 최고의 숙박 시설이 아닐까 싶은데 되게 비쌌다.. 비즈니스 호텔인데다가 제주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어쩔 수 없나보다..  암튼 그날 숙소에 돌아와보니 붉게 익은 내 팔이 오래 참았다는 듯 따끔거리는 통증을 주기 시작했고 애는 아직 신나는 기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불 위에서 뒹굴며 춤추고 있었다. 내일 일찍 가려면 일찍 자야할텐데 하고 재우고 아침인가 싶어 눈 뜨니 새벽 3시부터 짐 챙기면서 땀 흘리는 와이프가 보였다. (나도 아침 잠이 없는 편인데다가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평상시에 3~4시에 기상한다.) 잠도 많은 사람이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도와주다가 혼나고 다시 잠들었다. 


아이는 용캐 안깨우고 공항까지 잘 도착했는데 청주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 옆을 걷는데 애가 토를 해서 30분 정도 옷 갈아입히고 나도 옷 갈아입느라 안전요원 분들이 고생 좀 하셨다ㅠ (그래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휴가가 어떻게 끝이 난 건지도 모르겠고 휴가가 길었던 만큼 대충대충 요약하면서 쓰는데도 글이 엄청 길다.. 한시간은 꼬박 썼나 싶다..

어쨋든 이건 칼럼도 아니고 그냥 아이와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참고하실 만한 내용도 되고 내 육아 기록도 될테니..ㅎ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 모두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최종 여행 일지는 아래 그림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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