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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프로덕트 오너가 갑자기 급부상하고 있다. 사실 음악 스트리밍 순위처럼 얼마 뒤면 바뀌는 유행이라고 여겼는데 어느덧 이런 주목을 받고 많이 언급된지 1년이 되고 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는 유행하는 아동화가 아닌 빨간 구두 👠 같은 로망이 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그리고 이러한 로망은 커리어를 쌓아가는 일부에 그치지 않고 많은 기업들에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인 서비스만 보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프로덕트 오너 포지션이 열려있고 이런 수요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공급자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는 기업이 마주한 한계와 시장에서의 더 큰 성장과 혁신을 위해, 혹은 더 좋은 인재들을 확보하고자 하는 단순한 수요일 수도 있지만 이 수요를 조금 더 냉철하게 뜯어보면 구직자들이 프로덕트 오너(이하 PO)라는 포지션을 가진 조직에게 기대하는 것이든, 기업의 고위 경영진이 기대하는 것이든 결국 서로가 어떤 무언가를 스크리닝하고 시그널링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기업의 내외부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많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이 도입한 애자일 모델이 토스, 쿠팡 등에 연결되며 마치 성공한 핵심요소처럼 여겨지고 있다. 물론 스포티파이는 스포티파이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단 워터폴은 아니니 애자일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애자일 모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PO이다. 이 PO에 대해 누군가는 PO들 위에 PM이 있다. 혹은 PM들 위에 PO가 있다 등의 수직관계를 나누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사실 이 둘이 같이 공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PO라는 새로워보이는 포지션이 성공의 키포인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미니CEO인 PO를 작은 스타트업 같은 팀에 배치하고 PO가 의사결정의 중심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와 우리가 해결할 문제의 명확화를 하게끔 하는 것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곳에 모든 구성원들이 집중하게끔 하려는 시도이다. 각자가 주어진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전력질주 할 수 있게 돕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작은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과도하게 많은 협력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최소화 될 수록 낭비와 와전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성공의 핵심요소는 어떤 포지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인 것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배경을 갖고 많은 기업들이 도입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PO라는 명함만 주고 조직 문화는 워터폴을 유지하고 명령과 지시가 존재하는 기업에 인터뷰하러 가거나 합류하면 당황스러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PO를 오더를 팀에 전달하고 매니징만 하는 프로덕트 오더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의 방법을 프로덕트 오너에서 찾고 프로덕트 오너가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닐텐데 한번 만들어진 문화가 바뀌기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체감할수 있다. 많은 기업에 몸을 담고 일을 해보지 않았지만 실제로 조직 문화가 뒷받침 되지 않는 곳에서 PO로 일을 했을 때 좌절감과 상실감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각각의 업무 매니지먼트 보다 개인의 임파워먼트를 신뢰하며 사람이 자원(Human Resource)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People&Culture)가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모든 업무의 퍼실리테이팅을 하는 PO는 내 제품이 아닌 제품에 오너십을 가져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0/08/11 -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 CEO가 프로덕트 오너와 일 하는 방법

 

CEO가 프로덕트 오너와 일 하는 방법

흔히 프로덕트 오너를 미니 CEO라고 부른다. 가장 큰 이유는 맡은 제품에 대한 대부분을 책임지고 의사결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중에 언젠가 프로덕트 오너와 팀장의 차이를 한번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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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는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만큼 팀 안에서 팀장이 아닌 고객이어야 하며, 더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제품에 대한 다양한 경험은 물론이고 메이커들과의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들을 가져야 한다. 근데 아무리 훌륭한 소프트 스킬을 가졌어도 논지를 흐리거나 최소한의 공감은 배제한 채 계속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사람은 설득하기 상당히 어렵다. 심지어 우리는 상대의 감정 상태까지도 안테나를 세우고 스캐닝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마주한다. 그러다보니 목표에 잘 얼라인되어 모두가 임파워먼트를 갖고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PO는 이 많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소모한다. 근데 PO의 업무의 이해관계자는 함께 일하는 팀 동료뿐만이 아니다. 고위경영진도, 다른 팀의 프로덕트 오너, 그리고 고객까지도 커뮤니케이션 대상이고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시간과 감정 소모는 팀 동료와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가끔 PO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 찾아오면 고맙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조직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다. 근데 정작 그 이유를 들으면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대화를 나누어보면 그냥 기업들이 많이 찾아서가 전부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는 가장 소프트하게 답변을 드리고 PO에 대해 잘 설명하려고 하지만 어느샌가 PO가 무엇인지 나 스스로도 헷갈리는 시기가 와서 더이상 멘토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내가 그럴 수 있을 만큼의 커리어와 지식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서도 있다. 다만 상기의 이유로 PO가 되고 싶다는 분들은 논리적인 메이커들을 설득하고 고위 경영진과 논쟁하며 우선순위를 세우고 나의 제품을 리딩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PO가 되기 위해 정말 자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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