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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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6개월(2014.08~2020.03) 동안 함께 한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한 지 2개월(2020.04~2020.05) 만에 다시 이직을 하기로 했다. 사실 첫 이직 자체가 그동안 쌓여왔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는 모험이기도 했고 직접 스트리트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나이로는 이제 막바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판이한 구조로 작동되는 두 회사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그리고 내가 속할 조직에 대해 한가지 정도는 더 알게 되었다. 두 번째 퇴사를 결정했던 이유는 컬쳐핏이라면 컬쳐핏이기도 하겠지만 조금 더 디테일 하게는 워터폴과 애자일, 임파워먼트와 마이크로 매니징이 혼재한 분위기에 혼란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 프로덕트 오너가 할 수 있는 것은 ‘권한 없는 책임’처럼 느껴질 정도로 제한적으로 변했다. 어쨌든 이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가장 영향력이 큰 동인 요소에 변화가 필요했는데 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고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나 스스로 이 조직과 제품에는 아직 프로덕트 오너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니 퇴사도 너무 당연한 수순이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프로덕트 오너가 하는 일에 관해 공부한 조직과 필요에 의해 경험한 조직의 차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2020/04/14 -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 프로덕트 오너가 뭐하는 사람인데?

 

프로덕트 오너가 뭐하는 사람인데?

얼마 전 우연치 않은 기회에 프로덕트 오너라는 책을 추천 받아 이틀만에 완독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서점에 가면 늘 흔히 보이는 OKR이라던가 애자일 조직, 린 스타트업 등의 도서들은 기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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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3월의 첫 퇴사도 돌이켜보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키웠던 곳을 떠나는 결정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확실히 쉽지 않았다. 40명 내외의 회사가 120명이 넘는 회사로 함께 성장하며 난 어느새 연구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나 자신도 성장한다고 느꼈지만, 이면에는 점점 관리에 집중되며 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불안함 정도로 치부했던 이 감정은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와 내 이력서를 비교하며 폭발했다. 어느 날 이력서에 비친 거울을 보니 10명 정도의 팀을 매니징하는데 임원급 대우를 받고 있고 거기에 안주하며 만족하고 있는 꼰대가 있었다. 내 칭찬에 잔뜩 힘을 주고 친구에게 자랑하는 다섯 살 내 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서른다섯의 나는 진짜 성장통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때도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아끼는 조직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되느냐였다. 이 상황에 왜 조직을 생각하냐고 혹자는 물을 수 있지만 내가 함께 만들고 성장한 조직이었기에 내 의사결정은 늘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어 혼자 부검메일을 쓰며 나와 조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보며 내 퇴사가 서로에게 정말 필요하고 옳은 결정인지 함께 성장할 다른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사실 당시에는 조직 안에서 내 존재가 기민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행동에는 필요했지만, 장기적으로 건강한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두의 목소리를 높이고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 존재 자체가 장애물이라는 것도 내 고민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나씩 담다 보니 부검메일은 조직에 대한 부검과 나에 대한 부검이 함께 정리되어 있었고 충분히 내 지금의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오래 마음을 주었던 만큼 떠나는 길이 쉽지 않았듯이 두 번째 퇴사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이 회사였다. 시기상조라는 것을 알면서도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경험하고 성장한 만큼 오히려 조직은 나의 부재로 위기를 맞이했고 분명 더 큰 성장을 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은 성장했느냐가 아니라 성장에 대한 필요성과 내가 부검에 남겼던 앞으로의 조직에 필요한 문제들이 충분히 인지되었느냐 였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재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인식조차 되고 있지 않다면 다시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깊은 절망감에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VP와 늦은 시각 티타임을 가지며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작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더 확실한 확신을 갖기 위해 이전의 구성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직 문제를 경험 중인 상태였고 그 상태가 문제가 되리라는 것, 더 큰 문제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심각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모두가 합의되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있기도 했고 동의와 상관없이 모두가 합의해야 한다는 이상한 규칙에 의해 속도는 더 느려지고 의사결정은 되지 않았으며 모든 책임을 조직 전체에 분산시켜서 권한이 없어지는 상태로 가고 있었다. 분명 한 사람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조직의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곳은 변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생기자 정에 매정해졌고 내가 더 잘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2020/03/16 -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 PM이 피할 수록 좋은 회사 유형

 

PM이 피할 수록 좋은 회사 유형

많은 회사를 경험 해보지 못했으나 위계적인 조직에서 수평적인 조직, 스타트업처럼 다이내믹하기도 하고 정적이기도 했던 흔히 말하는 ㅈ소기업까지 경험담을 토대로 피하면 좋은 회사를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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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내 커리어 상 네 번째 회사에 입사하기 직전이다. 네 번째 회사를 선택하면서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나는 회사의 여러 가지 면모들을 살폈고 이전과는 다르게 이력서를 넣는 것 자체에도 더 신중해졌다. 물론 공개된 이력서가 있어 헤드헌터의 연락은 가끔 받았지만 참고만 했을 뿐 특별한 접점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히려 프로덕트 오너에 대한 회의감과 동시에 정말 제대로 프로덕트 오너가 그 본질을 잘 수행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심만 품게 되었다. 스스로는 iOS 앱 개발을 하며 디자인과 기획까지 홀로 모두 제품 전주기를 만들었던 나의 경험이 프로덕트 오너로 내 능력을 더 빛나게 해줄 것이라 믿었는데 이 선택 자체도 어쩌면 나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것이거나 내 능력의 한계이지 않았을까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커리어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대표의 비전과 철학이 명확하며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곳이면서 조직의 내부 상황 또는 문제를 모두가 인지하고 있고 개선의 의지가 확실한 곳이며 당면한 문제를 나와 함께 풀고 싶으며 내가 적임자라고 여기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나와 4년 정도 일을 함께 해본 적 있는 회사의 대표가 연락을 했고 몇 번의 미팅 끝에 내가 찾던 곳이라는 믿음이 생겨 또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업 기획이나 개발에 전혀 손을 뗄 수 없었던 처음의 커리어 덕에 프로덕트 오너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기도 해서 비즈니스 디렉터로 커리어 체인지가 될 것 같다. 원래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지만 내가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오히려 이 포지션에서 프로덕트 오너와 제품팀의 고충까지 이해해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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