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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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며 프로덕트 오너에게도 전문이 되는 도메인과 영역이 생기는 분위기이다. 예를 들어 제품의 성장을 위해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Growth가 대표적인 영역일 것이다. 도메인은 커머스, 프롭테크, 모빌리티 등의 산업을 나타내기도 한다. 토스에서는 PO는 0to1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PM은 1to100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PO는 이 두가지를 다 능히 해내는 사람이다. 둘 다 분명히 어려운 영역이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0 to 1만 해낼 수도 없거나 이미 PO가 들어간 순간 1to100부터 해야하는 상황들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며 거대한 가치를 자랑했던 회사들의 인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여러 장소에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가치 평가가 상당히 높게 되어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사실 PO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필요한게 동료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고 의사결정을 논리적으로 모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해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근데 이 과정에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아이디어를 던지고 이것 말고도 챙길게 많으니 전문가 의견이 궁금했어요 정도로 내둘러서 논점에서 빠져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몇번 이런 대화를 경험 해보니 상당히 기운 빠진다. 그래서 고작 이런 대화를 위해 시간을 썼다는 데에 화까지 치밀었다. 물론 숨을 고르면서 이 대화를 바탕으로 나는 어떠했었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고민을 하다보니 '기획'이란 업에 대해 본질적인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을 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 그 정보들을 모아서 나름의 기획의 틀을 갖추고 함께 실질적인 업무를 할 동료들과 공유하는 과정, 그리고 함께 제품으로 완성시키는 과정. 이 과정들은 기능 조직이든 목적 조직이든 구분하지 않고 비슷하게 경험했다. 물론 속도와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된 리더는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과 업무를 공유하는 과정까지 한번에 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이 과정을 나누는 반면 하나로 이었을 때의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 분명 아이디어가 실무진에게도 괜찮다고 판단된다면 중간에 기획의 틀을 갖추는 시간을 아낄 수 있겠다. 다만 단점은 앞서 언급된 감정을 동료가 느낄 수 있고 내가 가진 제한적인 정보로는 끝까지 일을 리드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끝에서 왜 내가 저 리더에게서 그 감정을 느꼈는지 돌아보면 절차적인 문제 외에도 한가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차이를 느꼈던 점도 있다. 대부분의 논리가 호탕함이라는 포장지에 숨겨진 모순된 점이 많았었다. 거친 말투 안에 숨겨진 삼단논법은 세상의 백조는 하얗고 다른 색의 백조쯤은 내 책임이 아니다 로 귀결시켰다. 이 단순하디 단순한 모순에 반박이나 토론의 과정을 밟기 싫어질 정도로 답답함을 느꼈다. 아이디어라면서 기본적인 것 정도는 대화가 가능해야 하는데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서 질문에 대꾸하기 피로함을 느꼈고 입을 다물게 됐다. 심지어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속으로 많이 놀랐었고, 그 대화의 흐름에 더 이상 개입하기 싫었다. 차라리 질문이라면 파인만처럼 멋지게 답변 해줬을텐데 싶은데 이건 질문도 아니고 우김에 가까워서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았다.

 

https://youtu.be/3smc7jbUPiE?si=bGDM9Mq8DFrKFbOt 

 

다시 돌아와서 내가 다른 분야에서 같은 제품을 만들고 리드하는 사람이 아닌 동료의 관점에서 저 대화를 돌아가보면 나는 이미 이 리더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이다. 물론 모든 분야에 지식을 갖출 수는 없지만 질문이 아닌 제안의 과정에서 내가 경험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상당히 자기 중심적이고 작은 지식들이 모여서 일반화하고 그 일반화가 사실이 되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했다. 문제는 그 근간이 되는 지식들이 각각은 사실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아무 상관도 없고 잘못된 팩터끼리 묶어서 일반화의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과 고작 그 정도의 논리로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점이었다. 이전 회사였으면 시간이 흘러 다시 대화하자며 어떤게 맹점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리드했으면 하는지 피드백을 주었을텐데 지금 내가 속한 회사에서 내 위치에서는 불편하기도 하고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에는 나보다 훌륭한 평판을 가진 내 리더가 있고 그 리더도 파악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이유는 또 다시 반복되는 상대방의 의식의 흐름에 들어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더는 아이디어 이전에 어느정도 지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즉 논리를 갖추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시간 때문에 PO는 꽤나 오랜 시간을 일을 하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가설과 기대효과에 대한 논리가 어느정도 말이 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량적인 부분에서 이것들을 해내는 것은 나도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고 앞으로 배워나가려고 하고 있지만 나도 어떤 때에는 전문가들에게 저런 무례한 상황이 되지 않을 수 있게 커뮤니케이션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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