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얼마 전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한번 정리했다. Contax T2를 시작으로, 울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Voigtlander VITO CL, Minolta MX, Yashica FX7, 홀가까지 싹 처분했다. 그리고 제습함을 들이고 야외 행사에 대비해서 시그마 105mm F1.4를 중고로 매입하고 2470 신계륵을 판매했다. 그리고 필카들 정리한 비용에 추가 금액 더해서 리코 GR3 다이어리 에디션을 구매했다. 말이 좋아 주력이지만 어쨋든 주로 사진 결과물이 잘 나와야 하는 사진을 찍을 때는 오막포에 105mm를 물려서 나가고 GR3는 스냅을 위해 들고 다닌다. 그리고 평소에 내 가방에는 항상 GR3가 들려있다. GR3는 쓰면 쓸 수록 확실히 난 놈이다. 5m에 스냅거리 우선으로 잡고 다니고 있지만 세팅 조금만 더 손보면 존포커싱 잡고 다녀도 된다. (사실 팬포커싱 해도 큰 차이가 없지만 선예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근데 이 장비병은 어쩔 수 없이 도지는 건지 자꾸 라이카 M240과 M6가 눈에 아른거린다. 엄밀히 말하면 M바디 자체가 사진 찍는 순간을 즐기는 내게 꿈의 카메라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M240은 디지털 바디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와서 현명한 소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반면, 라이카 디지털 바디들은 필름 카메라들과 다르게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 어쩔 수 없이 디지털 바디의 숙명인가 싶으면서 큰 돈 주고 앞으로 함께 할 녀석을 찾는 건데 가격이 떨어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참을 수 있을까 싶다. 물론 성능을 따지기엔 부족한 브랜드이지만 애초에 지금 M11이랑만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M6는 반대로 필름 바디의 장단점을 잘 보여준다. 가격 방어는 잘 되고 고장이 나더라도 어떻게든 수리할 수 있고, 구성에 소모품이 많지 않기도 하다. 다만 필름 가격은 계속 오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돈이 들어간다. M바디가 익숙하지 않은 내가 사진을 찍으면 한동안은 사진의 대부분을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M6는 안경을 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0.58 배율의 뷰파인더가 존재한다. 가끔 해가 지면 생각나는 씨네스틸 필름도 끼면 그만이다. 그래서 지금은 또 M6에 마음이 간다. GR3들고 출퇴근길 일상 사진과 가족 일상 스냅을 담고 있는 내게 M6는 특별한 사진을 -과거의 여러 필름 카메라들이 우리 가족에게 주었던 것처럼- 주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이렇게 마음 속으로 수십번도 넘게 구매하고 필름 수십통을 써보았지만 내 통장 잔고는 여전히 허락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상으로는 엡손 RD, 보이그랜더 베사까지 써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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