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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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4. 3. 20. 18:32
포트라400이 좋은 이유 사진 이야기

첫 빈 셔터를 날릴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예전에는 포트라 160을 주로 써왔다. 후지 C200같은 버전도 좋아했지만 사실 포트라가 비싸서 C200을 썼다. 근데 어느 날 보니 C200을 써도 나는 필름을 굉장히 아껴서 찍는다는 걸 알았다. 확실히 디지털을 쓸 때와는 다르다. 그래서 C200이 아닌 포트라 400 같은 고급 필름을 써보기로 했다.

 

물론 이전에 현상과정에서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포트라 400이니까 부족 노출인데도 이만큼 끌어올렸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포트라 400은 불과 몇 년 만에 가격이 200% 가까이 오를 정도로 충격적인 가격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소수로 줄어들고, 매니악한 취미가 되어가면서 더 악랄하게 가격이 오른다.

 

2024.03.12 - [사진 이야기] - 요즘 현상소의 스캔 결과가 이상하다.

 

요즘 현상소의 스캔 결과가 이상하다.

사진에 헤이즈가 잔뜩 낀 상태처럼 보인다. 2년 정도 잘 이용하던 곳이라서 고민이 많아졌다. 하필 타이밍도 잘 쓰던 Contax T2를 팔고 M6로 넘어온 시점이라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웠다. 처음

puture.tistory.com

 

사람들은 벌크형 롤필름을 구매해서 제작해서 쓰기도 하고, 해외 구매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한다. 나도 B&H에서 구매하려고 했지만 환율과 배송비 고려하니 쿠팡에서 구매하는게 비슷비슷해서 그냥 쿠팡에서 구매했다. 지금 가격이 배송비 포함 26,500원이고 B&H에서 5롤에 76,000원 정도 하니까 그냥 쿠팡에서 사는게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

 

https://link.coupang.com/a/buBPFY

 

코닥 컬러필름 포트라 400-36장 / KODAK PORTR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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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떤 제품은 해외 구매가 더 저렴하기도 하다. 근데 나는 가격이 비싸지니 오히려 더 신중해졌고, 스캔 과정에서 실패를 줄이려고 하니 오히려 고급 필름을 쓰는게 가성비에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비싼 취미가 되었으니.. 저 값지게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트라 400이 관용력이 좋은 이야기는 워낙 많이 알려졌으니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여러 필름을 거치며 여러가지의 이유로 돌고 돌아 결국 가장 선망하던 필름인 포트라 400에 안착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필름도 결국 색감의 변질, 일관성 있는 인화 결과물을 위해서는 되도록 빠른 시기에 필름을 소진하는게 좋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그렇게 하나? 필름을 정작 써놓고 후보정을 하고 선명하고 세련된 결과를 보여주는 걸 찾다보면 내가 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느낌을 찾는거지?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사실 내 결론은 단순하다. 나의 선택은 사진을 찍는 그 과정에 있다. 여전히 주력 기기는 M6보다는 GR3이다. 스트릿에서 더 빠르게 꺼내서 찍을 수 있는 가벼움과 휴대성을 모두 갖춘 카메라는 GR3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M6는 GR3와 완전히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다. 느리고 오래 걸리며 과거의 가벼움이 지금은 무거움으로 변해있다. 세월의 흔적이 잔뜩 남아있으며 손도 많이 간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사진을 찍는 순간을 손 끝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그 감각들은 내가 이 결과물을 얻기까지 어떤 과정이 담겼는지 추억하게 한다. 

 

그렇다. 필름 카메라로 찍는 결과물은 보는 다른 이가 아닌 온전히 사진을 고생해서 찍은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내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다. 그게 전부이다. 나는 그 순간의 실패한 결과물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 조금 더 투자하고 내게 선물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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