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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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카메라는 아주 오래된 초기 디지털 카메라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한장도 남지 않았고, 어떤 사진기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MP3와 비슷했던 시기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니까 2002년인가보다.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학교 소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걸 찍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웹캠이나 핸드폰 카메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내가 다시 손에 쥔 건 후지필름의 파인픽스 Z1 이다. 나름 독특한 클래식 크롬의 색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이건 아마 부모님이 여행갈 때 사셨다가 안쓰신다고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계기로 사진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시절 소니의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시작으로 캐논 450D, 7D, 오막포까지 크고작은 변화를 가지며 사진 생활을 이어왔다. 대학교 2학년에 처음 접한 사진은 친한 형의 FM2를 보며 필름에 대한 관심으로도 번졌다. 450D를 쓰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CONTAX 50mm F1.7 렌즈를 손에 쥐게 되었는데,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고 불리우던 YASHICA FX7을 사고 이걸 마운트해서 필름 사진도 찍곤 했다. 

 

 

늘 바쁘게 살았던 내게 사진은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고마운 취미였다. 택시나 버스, 지하철만 타고 빠르게 움직이기 바쁘던 내게 사진은 스치는 풍경들을 선물해줬고 더 천천히 더 음미하며 세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급하던 내게 사진은 차분함을 갖게 해준 고마운 취미었다. 사진을 알아갈 수록 더 좋은 사진에 대해 갈망이 커졌고, FM2를 쓰던 형의 사진을 보다가 voigtclub(일명 포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금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곳이지만 정말 좋은 사진들이 많이 올라왔고, 정말 좋은 작가분들이 많았다. 

https://voigtclub.com/

 

포클

히말라야 mountain flight 중에

voigtclub.com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족의 스냅 작가처럼 살았고, 아빠가 되어 자식들의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덧 사진에 대한 재미를 잃고 올리는 곳도 없이 그저 더 예쁘게 찍어주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순간보다 결과물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재미도 잃었고 무거운 카메라는 들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간에 구매했던 CONTAX T2는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내 멋대로 찍어왔는데, 지금도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가장 좋고 결과물도 마음에 든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눈을 감았어도 난 그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어느순간 잘 쓰지않던 무거운 오막포를 팔고 리코의 GR3를 샀다. 중고가가 신품보다 비싼데 나름 소량 출시한 다이어리에디션으로 잘 구매했다. 이벤트에 당첨되어 펜과 노트도 받았는데 아직 뜯지도 않고 있다. GR3는 내 사진 역사상 최고의 카메라다. 스냅거리 우선 모드는 내가 임의로 지정해둔 지점을 기준으로 찍기 때문에 존포커싱을 할 수 있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는 내게 경량화가 왜 중요한지 일깨워주었다. 정말 아쉬움이 하나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 꿈의 카메라였던 라이카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사진을 즐기기 시작하니 정말 제대로 즐기고 싶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돈도 없으면서 카메라를 고민하고 병에 걸린 환자처럼 꿈에서는 몇번이고 사고 왔다. 그리고 결국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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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6 블랙바디에 보이그랜더 50mm vm 이전 세대를 물렸다. 중고로 구매했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이제 사진을 찍는 그 순간들을 모두 기록하고 싶어졌다. POV로 촬영되는 거리 사진들을 보면 그때의 그 순간을 더 온전히 기억할 수 있고 더 세상이 감미롭다고 느껴졌다. 일단 하나씩 또 조심스럽게 해보며 내가 할 수 있을지 이걸 좋아할 지 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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