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도 아니지만, 생각나는 김에 메모하듯 글을 적어내린다. 올해는 내 인생 서른아홉번의 새해 중 가장 힘든 시작이었다. 작은 집으로 쫓기듯 이사했고, 큰 아파트에서 작은 빌라로 집을 끼워넣으며 6개월이 넘도록 스트레스와 짐 정리를 해왔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도전들로 내 주변을 채웠고, 어려운 시기와 순간들이 하루가 다르게 찾아왔다.
금리가 올라 어려워진 형편에 인플레이션까지 찾아왔고 경기가 어려워지자 배려를 권리로 바꾸어 요구하고 뜯어가는 사람들이 득실득실해졌다. 하나씩 긍정적으로 헤쳐가보자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일임했던 생활비 관리를 함께 논의하고 허리띠를 졸라멨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정리했던 자산들에 대한 각종 세금들이 후속으로 날 내리쳤다. 모범 납세자라며 매번 문자를 보내오더니 납부기한 연장과 분납 요청 한번에 상식 밖이라며 인생을 잘못 산 사람처럼 핀잔을 들어야 했다. 몰랐던 금액도 아니고 당장 더 급한 불을 끄지 않으면 모든 걸 포기해야만 했기에 했던 선택이지만 상처 받은 내게는 수화기 너머의 그 말 한마디도 아리다 못해 쓰릴 만큼 날카롭고 뾰족했다.
제법 많은 경제 위기들을 겪었던 부모님들에게 경외감을 느끼기도, 어떻게 이 무거운 부담과 힘듦을 이겨내셨던 걸까 난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퇴근길이었다. 가족에게도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싸멨다. 이젠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마저 아낀다. 음악 대신 팟캐스트를 듣고, 팟캐스트를 흘려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해주려고, 고민을 해결하려고 수없이 응원하고 도전하자고 외친다. 또 이걸 넘으면 더 새롭고 넓은 세상과 벅찬 행복이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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