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떠나기로 했다
회사에서의 압박을 더는 견디기 어려웠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결국 업무 능력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사람에 대한 평가와 나를 고치고 싶다는 발언들에 이르러서는 더 버틸 수 없었다. 왜 이겨낼 수 없었을까?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내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혼란스러운 피드백과 명분의 부재
모든 피드백의 끝은 팀을 해체하고 싶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피드백이 정말 개선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팀 해체라는 목적을 위한 과정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솔직하고 빠른 답변을 요구받았다.
결국 솔루션은 팀 해체였지만,
그 명분과 책임은 팀 전체에 돌아갔다.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상대적인 비교만 가능한 영역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방식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국 누가 리더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로 보였다.
본질보다 우선시된 비즈니스 관점
회사가 내린 판단은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로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가 관심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나는 역할 분배에 따라 팀원들을 믿고 맡겼을 뿐이다.
특히 인플로우를 만들어낼 준비를 해왔기에,
당장의 지표보다는 후행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플로우가 흔들리면서
모든 지표가 불안정해졌고, 결국 팀의 조정이 필요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황을 받아들이며 내린 결론
이러한 결정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했다.
어떤 관점에서는 실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대상이더라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왜 명분을 팀과 개인에게서 찾으려 했을까?
그냥 인정하고 본질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거나,
질문 자체를 문제 삼는 태도는 결국
“그냥 따르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질문할 수 없는 조직에서 느낀 한계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이 조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나는 논리적으로 일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논리적이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내가 부족하든, 틀렸든,
대화를 통해 질문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더 나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질문조차 허락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나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데이터 없는 환경에서의 좌절감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데이터다.
데이터는 참고자료일 뿐이지만,
동시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지 않는 조직에서는
논리나 주장을 펼칠 수 없다.
나는 직관만을 믿고 혼자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환경을 인정하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조직은 강력한 신념과 리더십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런 조직에서 성공한 사례도 많다.
다만, 나는 그런 환경에서 잘 해낼 수 없다.
토론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결국 나의 한 달, 나아가 1년의 시간을 아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부담을 이겨내고 떠나기로 하다
이직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망설임의 시간이 길었고, 환승 이직의 가능성도 고민했지만,
내 동료들에게 나의 환승을 위한 희생을 요구하거나
불편한 상황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떠나기로 했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을 향해 나아갈 때다.
'잡념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개발자 혼자 집에서 SaaS 만들기 - 2 (0) | 2024.12.01 |
---|---|
비개발자 혼자 집에서 SaaS 만들기 - 1 (0) | 2024.11.28 |
비참한 하루 (0) | 2024.11.06 |
아홉수 (0) | 2024.11.06 |
스타트업 (0) | 2024.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