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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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FC서울의 홈구장 상암벌에 방문해 친선 경기를 펼쳤었다. 그리고 이 날 경기는 매진 사례를 보이며 맨유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인기를 가진 구단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2007년 방한 경기에서 원정 서포터스 구역인 S석에 맨유 서포터즈가 기막힌 걸개가 걸었다. ‘Here is another Old Trafford.’ 한국의 맨유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또 다른 올드 트래포드’라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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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코스팬)

 물론 해외 축구 팬이 국내 축구 팬보다 월등히 많고, K리그의 수준이 EPL에 비견될 수 없다는 것에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에 자리잡은 A매치가 주로 열리는 구장이 방문팀의 또 다른 홈구장이라고 표현하며 당혹스럽게 만든 이들이 진짜 원했던 것은 '그것'이 아닐 수 있다. 그저 현지 팬들만큼이나 우리도 맨유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원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필자의 어떤 칼럼은 별 '악의'없이 썼음에도 그것을 두고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글이 완전히 다른 글이 되기도하며 마치 어떤 잘못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러한 사실에 서울 팬을 비롯한 K-리그 팬 대다수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이고 그 화살은 이 걸개를 건 맨유 팬을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9년 애매한 날짜에 친선 경기가 열리는 것을 추진한 FC서울과 프로축구연맹을 보니 구단과 연맹은 강한 반발심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 (서울과 프로축구연맹은 이 경기 성사를 위해 7월26일 열릴 예정이던 광주와의 홈경기를 두 달이나 앞선 5월 30일로 앞당겼다.)

데이비드 길 당시 맨유 사장은 2009년 1월 14일 마카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 또는 수원과 방한 경기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서울과 수원은 일정과 관련해 전혀 합의하지 않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당시는 프로축구연맹이 K-리그와 컵대회 일정을 확정하기 전이어서 맨유의 이 같은 행동은 “우리가 이날 방문할 테니 일정을 비워 놓아라”는 ‘통보’와 다름없었다. 이에 대해 서울과 수원, 프로축구연맹은 입을 모아 “리그 도중 친선경기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과 서울은 일정 변경을 통해 맨유와의 친선경기 유치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 애초 길 사장이 발표한 경기 날짜가 7월 20일에서 7월 24일로 변경됐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맨유는 선심 쓰듯 7월 19일 강원FC와 정규리그를 치르는 서울을 위해 아량을 베푼 셈이다. 


이번엔 아스날이 박주영을 '무기'로 또 다시 방한 일정을 잡는다고 발표했다. 역시 대상 구단은 서울이 될 것이며 상대팀은 FC서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 세력이 만만치 않다. 마케팅용으로 삼는다고 그 선수 국가에 찾아와서 돈이라도 벌어보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다. 그리고 이들은 심지어 불매운동까지 벌일 참이기도 하다. 사실 아스날의 행적은 아스날 팬인 필자가 보기에도 너무 눈에 뻔한 듯 하다. 언론의 립플레이에 나쁘게만 바라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인 행동은 박주영 영입 이후 한국의 '돈'을 쫓는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굳이 못할 것 없다. 당연히 축구도 이젠 비즈니스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구단이 맨유였고, 한국에서 바르샤보다 많은 관중을 끌어모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게다가 팬들이 원하는 선수들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만족감까지 안겨주고 떠났다. 바르샤가 모았던 관중은 3만여명, 당시 경기 후반 20분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관중수를 집계해 발표했다. 3만2천581명. 수치로만 보면 꽤 많은 관중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한 시즌 FC서울이 기록하는 관중 수에는 4~5번째에 해당하는 저조한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경기장 분위기도 차분했었다. 골이 터질 때의 환호 외에는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됐고, 역대 올스타전에서 각 구단의 서포터들이 연합으로 응원을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것과 비교됐다. 환불 행렬은 하프타임까지 이어졌다. 안내요원이 "환불을 하시려거든 매표소 쪽으로 가시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할 정도였다. 

더욱 재밌는건 아스날 한국 홈페이지에서는 '루머'로 판명났던 '박주영 풀럼 임대설'이 아직도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다는 것이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가 대놓고 한국 팬들을 갖고 놀고 있는 것이다. 이젠 들이밀기에만 정신없이 돈 좀 벌어보겠다고 덤벼보는 해외 빅클럽들의 선수를 이용한 마케팅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에서 그 악독한 첫 시작이 되버린 박주영과 아스날을 반겨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게다가 팬들의 반응은 FC서울에서 '박주영 붐'을 일으켰던 때보다 미적지근할 것이 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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