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포트라 160을 주로 써왔다. 후지 C200같은 버전도 좋아했지만 사실 포트라가 비싸서 C200을 썼다. 근데 어느 날 보니 C200을 써도 나는 필름을 굉장히 아껴서 찍는다는 걸 알았다. 확실히 디지털을 쓸 때와는 다르다. 그래서 C200이 아닌 포트라 400 같은 고급 필름을 써보기로 했다. 물론 이전에 현상과정에서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포트라 400이니까 부족 노출인데도 이만큼 끌어올렸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포트라 400은 불과 몇 년 만에 가격이 200% 가까이 오를 정도로 충격적인 가격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소수로 줄어들고, 매니악한 취미가 되어가면서 더 악랄하게 가격이 오른다. 2024.03.12 - [사진 이야기] - 요즘 현상소의 스캔 결과..
사진에 헤이즈가 잔뜩 낀 상태처럼 보인다. 2년 정도 잘 이용하던 곳이라서 고민이 많아졌다. 하필 타이밍도 잘 쓰던 Contax T2를 팔고 M6로 넘어온 시점이라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내 추천으로 지인이 필름을 맡겼는데 과노출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아마 목측식 카메라라서 오버 노출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첫 필름 현상 결과가 나오자 나 역시 과노출된 것처럼 나왔다. 이미 3개의 롤을 한꺼번에 맡긴 상태이기도 했고 해외 여행을 했던 거라서 엑스레이에 노출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다음 롤은 씨네스틸 800T였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색감도 강렬한 필름이라 그런지 결과물의 이상함을 크게 못 느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맡긴 필름의 결과를 받으니 확신이 생겼..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고 장비가 좋으나 나쁘나 그냥 내 느낌 가는 대로 찍는 편이다. 아무래도 사진을 좋아하다보니 많이 눈동냥을 했고, 그러다보니 어떤 구도의 어떤 사진들이 예쁘다는 것은 사진에 무관심한 사람보다는 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늘 내 사진이 자신감 넘칠 만큼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멋지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사진을 찍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다. 나는 거리 사진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일상을 담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보는 것들을 담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이라는 취미가 생긴 덕분에 버스 정류장은 일부러 더 걷고 타기도 하며,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나..
몇 개월 전 굉장히 충격적인 글을 보았다. 에어비앤비가 AB테스트를 극단적으로 줄였으니 그게 옳다는 극단적으로 요약된 글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AB 테스트는 쓸모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01. 많은 PM들이 AB 테스트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설득하는 시간이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02. 그러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실용적인 지표를 정의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많은 AB 테스트가 쓸모 없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03. AB 테스트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딱 한개만 달라야 합니다. A군과 B군이 너무 많이 다르면, 어떤 것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 해석할 수 없으니까요. 한개만 다르게 실험을 설계하다보면, 큰 변화를 줄 수 없습니다. 결국 작은 변화만 주어서 AB 테스트를 하게 ..
내 첫 카메라는 아주 오래된 초기 디지털 카메라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한장도 남지 않았고, 어떤 사진기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MP3와 비슷했던 시기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니까 2002년인가보다.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학교 소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걸 찍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웹캠이나 핸드폰 카메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내가 다시 손에 쥔 건 후지필름의 파인픽스 Z1 이다. 나름 독특한 클래식 크롬의 색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이건 아마 부모님이 여행갈 때 사셨다가 안쓰신다고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계기로 사진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시절 소니의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시작으로 캐논 450D, 7D, 오..
사람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나의 성격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적이 뚜렷한 업무 환경에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위험한 사람 유형이 있다. 모두에게 공통적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아마 우리 주변에 흔한 유형인 사람이라 그들끼리는 아무 불편함이 없기도 하다. https://youtu.be/nLq-y1sXskE?si=Yfe_VSuiNtZTOtXq 포괄적이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유형은 일론 머스크가 말한 냉소(Cynic)적인 보다도 더 마이크로하다. 냉소적이면서 남의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 쉽게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사람이다. 맥락과 무관하거나 긴 맥락의 하나를 짚고 이야기의 본질적인 것을 벗어나는 협의적인 주제에 매몰되어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이다. "내가 요즘 A라는 문제가 있어. 그래서 B를 해보려고 해. ..
여행 다녀온 지 거의 두 달이 지났는데 이제야 겨우 정리를 시작했다. 여행 다녀오고 이사까지 마무리하니 시간이 정말 빨랐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니 쉽게 써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집중해서 다시 정리를 해야겠다. 3박 4일 전체 일정에서 오늘은 1일차에 집중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1일차: 도착 및 긴자 지역 탐험 오전: 나리타 공항 도착, 스카이라이너로 우에노역 이동 오후: 긴자역으로 이동, The b Ginza 호텔 체크인 저녁: 이토야 문구점 방문, 산리오 월드 긴자 쇼핑 2일차: 도쿄 타워 및 스카이트리 오전: 도쿄타워 방문 (주변 공원 및 전망대 즐기기) 오후: 메트로 이용하여 스카이트리 이동, 스카이트리 전망대 및 주변 상점 탐험 저녁: 스카이트리 포켓몬센터 방문, 어린이들과 함께 ..
2023년 회고 1년을 돌아보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반기를 나누어 회고를 하곤 했는데 역시 1년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그 느낌의 차이가 난다. 지난 1년을 큼직하게 보면 시작은 새로운 조직에서 잘 정착하는 도전이 있었고, 마무리는 이사라는 큰 이동을 준비하는 해였다. 이사는 또 2024년의 시작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이사는 어쩐지 짐도 많이 늘었고 집도 줄여서 가는 거라 쉽지 않은 것 같다. 업무 새로운 조직에서 잘 적응했고, 문화 차이도 크지 않아 새롭게 익혀야 하는 부분은 새로운 얼굴과 사람 그리고 성향들이 전부였다. 이것도 내가 일하는 환경에서는 빈번히 있는 익숙한 일들이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전에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PO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가설을 더 뾰족..
항상 여행을 다녀오면 뒷풀이하며 회고(?) 같은 걸 했었는데 아무래도 가족 여행은 늘 쉽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이 크고 학습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것도 낭비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와이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것도 이야기했지만 아무래도 정신이 없었다보니 한번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있으면 좋을 듯 하다. 참고로 사진은 없다(!?) 우리 부부가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 되니까 신혼여행 이후로 해외 여행은 거의 10년 만이다. 일본으로 정한 이유는 비행 거리가 짧고 그나마 날씨 영향이 적고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들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육비로 가계 투자를 몰고 있는 우리 부부 입장에서 엔저 현상은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일단 주변에 수소문해서 요즘..
서비스 기획자를 거쳐 프로젝트 매니저로,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프로덕트 오너로, 나는 어떤 것이 상위 개념이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어디에 포커스를 더 맞추고 어떤 일이 중점이 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시대적 흐름을 타는 '명칭'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치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옛 퍼블리셔가 하던 일까지 요구하는 회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일의 주체가 넘어가고 하나의 전문성이 통합된 전문성으로 합쳐지고, 기술이 발전하고 더 쉽고 빨라지면서 효율성을 찾는 일은 빈번히 일어나고 특히 IT 업계에서는 지극히 흔한 일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뀌는데 인간이 사는 산업의 흐름은 당연히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PO가 내야 하는 결과물에는 실험이든 제품이든 결과적으로 일을 되게 하..